글로벌 여객기 시장은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양강 구도에 지난 2008년 일본은 야심차게 도전장을 냈습니다. 자체 제트여객기를 개발해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대자본과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항공기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5년 넘게 일본산 여객기를 선보이는 것이 지연되면서 수주취소도 잇따랐습니다. 현재 일본산 제트여객기는 ‘애물단지’가 된 모습이 뚜렷합니다. 일본의 여객기 사업진출에 비관적 전망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항공기 제조사인 미쓰비시항공기가 올 여름 유럽지역 에어쇼에 일본산 제트여객기 ‘미쓰비시리저널제트(MRJ)’를 ‘비행 전시’키로 했습니다.
실제 자국산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여 구매자들의 의구심을 떨쳐버리겠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의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항공기는 올 여름 영국 판버러에서 열리는 국제항공 쇼에 MRJ 참가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플라잉 디스플레이(비행전시)’를 통해 자사 제품의 성능을 과시하겠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출범한지 10년 만에 사실상 의미 있는 첫 가시적 성과물을 내놓은 것입니다. “MRJ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줘 MRJ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각인하고 싶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미쓰비시항공기는 지난해 파리 에어쇼에선 실제기종을 전시만 했을 뿐 비행전시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MRJ는 미쓰비시항공기가 제작을 추진 중인 첫 일본산 제트 여객기입니다. 2008년 4월 야심차게 항공기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설계상 결함과 제작공정 차질로 비행기 인도시기가 계속 늦어졌습니다. 당초 2013년 인도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기체 디자인, 부품 등에서 문제가 잇따르면서 완성이 5차례나 지연됐고 현재는 2020년이 인도 시작 목표 시기입니다.
여객기 제작이 지연되면서 올 1월에는 미국 이스턴항공으로부터 MRJ 40기에 대한 수주 계약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2016년 이후 MRJ의 신규 수주도 끊긴 상황입니다. 미쓰비시항공기 측은 “2020년 중반까지라는 납기는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에어쇼 참가는 정말로 일본산 제트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일본의 항공 산업 도전은 또 하나의 실패사례로 기록될까요. 결과를 판단할 시간이 많이 남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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