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금융사에 '기는' 금감원… 단기 순환인사가 전문성 걸림돌

입력 2018-04-19 18:35  

전문성 부족한 금감원

직원들 순환배치 기간 민간 금융사보다 짧아
선제 위기관리 꿈도 못꿔



[ 박신영 기자 ] 금융감독원은 전문성 측면에서도 금융회사에 한참 뒤처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무 성격상 수익 창출을 위해 머리를 싸매는 금융회사의 전문성이 앞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 금감원은 50보나 100보 정도가 아닌, 1000보 정도 뒤진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사업자대출 급증이 대표적인 예다. 2016년 이후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정부 내부에서 대출규제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에서 개인사업자대출 문제는 빠져 있었다. 실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자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개인사업자대출을 크게 늘렸다. 한 은행 임원은 “가계대출 규제 논의 초기부터 은행권에선 개인사업자대출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에서야 현장점검에 나섰다”고 전했다.

금감원 직원들의 전문성 부족은 순환보직 때문에 빚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금감원 직원들은 5급 조사역으로 채용된 뒤 4급까지 평균 한 부서에서 2년 정도 일한다. 3년까지 근무하는 것은 특수한 경우다. 5급 7~8년, 4급 7~8년 등 3급으로 승진하기 전 14~16년 동안 7~8개 부서를 거친다. 위로 갈수록 근무기간은 더 짧아진다. 3급 팀장 이상 간부 중 일부는 1년 만에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금감원의 한 전직 간부는 “통합 금감원 출범 이후 인적 통합을 한다며 은행감독원 출신을 증권감독 분야에, 증권감독원 출신을 보험검사 분야에 배치하는 등 극심한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회사들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부서의 경우 최대 5년까지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의 여신심사부와 리스크관리부가 대표적이다. 여신심사부는 기업대출의 경우 수백억원 규모까지 대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여신심사역은 업종의 경기와 기업의 신용도 등을 따지는 능력이 필요하다. 리스크관리부에선 글로벌 경기와 이에 따른 시장금리 상황을 감안해 리스크 요인들을 분석해 내야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경우 2~3년 만으로는 전문성을 쌓기 힘들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무는 아예 별도로 뽑아 증권투자, 대체투자 등의 업무를 계속하도록 한다.

금감원 직원의 잦은 이동은 미국 감독당국과도 대비된다. 미국 뉴욕지점에서 3년 일했던 한 은행 관계자는 “당시 한국계 은행을 담당하는 미국 당국 관계자는 5년 이상 같은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며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요구사항이 명확하며 경우에 따라선 조언을 해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잦은 인사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임원급인 부원장보 9명을 전원 교체했다. 직전 부원장보 인사가 있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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