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만에 말바꾼 경찰 "드루킹, 일방적 문자"→"김경수, 기사보내 홍보요청"

입력 2018-04-20 11:03  

경찰, 김경수-드루킹 메시지 확인
"드루킹, 김경수가 기사 URL 보내자 '처리하겠습니다' 답변"
서울경찰청장, 드루킹 수사 '거짓발표' 사과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민주당원 '드루킹' 김모씨로부터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받기만 한 것으로 알려진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씨에게 기사 링크를 보내며 홍보를 요청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앞서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수 의원의 사건 연루 여부에 관한 질문에 "김씨가 김 의원에게 대부분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김 의원은 거의 읽지조차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의원이 김씨에게 매우 드물게 '고맙다'는 의례적 인사 메시지를 보낸 적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표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착한 김경수 의원이 악마 드루킹에게 당했다", "드루킹 개인의 일탈일 뿐이다. 김경수 의원은 협박당한 피해자다"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19일 서울경찰청은 "2016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14개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며 "14건 중 10건이 기사 인터넷 주소(URL)다. 이 사항은 수사 보안상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0일 경찰 발표에 따르면 김경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론이 거세던 2016년 11월∼2017년 1월 세 차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틀 전인 2017년 3월 8일 한 차례, 이후 대선 정국이던 2017년 3∼5월 네 차례 김씨에게 기사 URL을 보냈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6월 11일과 10월 2일에도 각각 한 차례씩 김씨에게 기사 URL을 보냈다.

김 의원이 김씨에게 기사 링크와 함께 "홍보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김씨는 "처리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텔레그램 외 다른 메신저 '시그널'로도 대화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16일 간담회 시점이 피의자들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분석이 초기 단계였다는 점과 보안상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김 의원이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다'는 발표는 얼마 남지 않은 6.13지방선거와 김경수 의원의 출마선언을 앞둔 시점에서 일방적인 편들기가 된 셈이다.



경찰은 경솔하게 "김경수 의원은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고 발표하면서 스스로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흔들어 버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경찰은 기자회견 후 댓글 조작사건에 관한 논란이 뜨거워지자 뒤늦은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에 나서 논란을 자초했다.

부적절했다고 비판받는 브리핑을 했던 이주민 서울청장은 오는 6월 말 정년 퇴임하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이을 차기 경찰 총수 후보 가운데 유력 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경찰청장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며 경찰청장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돼 있다. 이 서울청장은 김 의원이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정부ㆍ여당 눈치보기 수사’라는 야권의 비판을 면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 청장은 이에 대해 "간담회 당일 사실과 다른 말씀을 드린 것은 경위를 떠나서 수사 최종책임자이자 지휘관인 제 불찰이다. 죄송하다"면서 "당시 저로서는 정확하게 관련 사실을 숙지 못했다. 간담회 이후 URL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았다. 이를 즉각적으로 알리고 바로잡았어야 하는데 전적으로 제 불찰이다"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문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일했고, 대선 본선 때는 수행팀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의 당선 뒤에도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임명 전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하는 등 임시 대변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일상적으로 지지자들에게 기사를 보내서 홍보를 요청하거나 댓글 지원을 받는 경우는 정치권에서 비일비재하지만 김 의원과 연결고리가 밝혀진 드루킹은 24시간 댓글단을 운영하며 700여개의 기사에 조직적으로 댓글공작을 폈던 사실이 밝혀져 이같은 궁지에 빠지게 됐다.

경찰은 김 의원이 김씨에게 보낸 기사 댓글에도 ‘공감’ 클릭 수 등 조작이 이뤄졌는지, ‘드루킹’ 일당이 관여한 정황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김 의원은 19일 출마선언 취소를 선언했다가 오후 늦게 다시 경남지사 출마 선언을 단행하면서 "야당을 향해 정쟁을 멈춰라. 필요하다면 특검을 포함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말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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