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신기술 개발에 힘 싣는 문 대통령…고용부에 보낸 경고?

입력 2018-04-20 13:30  

문 대통령, LG사이언스파크 오픈행사 참가
국내 기업에 정부 지원 약속…신기술 강조
고용부 보고서 공개 입장과 다른 행보





고용노동부가 기술유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 여부를 두고 산업자원통상부와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엇갈린 상황에 나온 행보여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LG그룹은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오픈행사를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를 통해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성장’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마음껏 연구하고 사업할 수 있는 혁신성장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조선, 디스플레이 산업의 버팀목도 연구개발이었다”며 “과학기술인들이 연구에 전념하고 그 결과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겠다. 신기술, 신제품 개발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당부도 남겼다.

마곡 LG 사이언스 파크는 LG그룹이 2014년부터 서울 마곡지구에 조성한 국내 최대 규모 융복합 R&D(연구개발) 단지다. 총 4조원을 투자해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약 5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111만㎡(약 33만5000평)규모로 연구시설 20개동이 들어섰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하우시스·LG생활건강 등의 연구인력이 지난해부터 입주하고 있으며 2020년 최종 완공되면 2만2000여명이 근무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전자, 화학 분야의 연구와 함께 ▲OLED ▲자동차부품 ▲에너지 등 성장사업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 ▲5G ▲차세대 소재/부품 ▲물/공기/바이오 등 미래사업 분야 융복합 연구도 진행된다. LG그룹은 마곡 LG 사이언스 파크를 융복합 연구와 핵심·원천기술 개발의 메카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국내 기업 연구단지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부 지원을 약속한 만큼 향후 정부 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기업의 기술력이 담긴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일반에 공개하겠다는 고용부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만큼 기술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고용부는 직업병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산재 규명을 위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고서 내용에 영업비밀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없어 공개에 문제가 없다는 것. 결국 삼성전자는 산업부에 보고서를 보내 국가핵심기술 포함 여부 확인을 요청했고, 산업부는 반도체 핵심 기술이 들어있다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정부 부처 간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언제든 기술을 외부에 유출할 수 있다는 불신이 생긴다면 과학기술인들은 연구에 전념할 수 없다. 신기술을 만들고 지키며 활용하는 과정이 이어져야 개발자들이 연구에 전념할 동기를 갖고 결과에 자부심도 가질 수 있어서다.

고용부가 추진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 법안은 국내 사업장이 사용하는 모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고용노동부에 공개하고, 고용노동부는 이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에는 기업이 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화학물질을 MSDS에 기재하지 않아도 됐다. 과거 현 김영주 고용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이를 모두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폐기했다. MSDS 생산과 보존, 관리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고용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강병원,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과 병합시켜서라도 산안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도 보인 바 있다. 강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는 물론 공정 흐름도, 건물 평면도, 장비 목록, 장비 배치도, 운전 조건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된 유해위험방지계획서와 공정안전보고서까지 일반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계 관계자는 “공들여 개발한 신기술을 누구에게나 공개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아무도 기술을 개발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 보호에 있어서 만큼은 정부 부처가 명확한 방향을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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