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자 우암코퍼레이션 대표의 첫 직업은 고등학교 교사였다. 만족이 안됐다. 더 큰 물에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능력 있는 여성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송 대표를 짓눌렀다. 1년 만에 사표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네 평짜리 연립주택 방 한편에서 컴퓨터와 씨름했다.
1993년 송 대표 나이 27세 때 2000만원으로 창업했다. 사명은 선조인 우암 송시열 선생의 호를 따 '우암닷컴'(현 우암코퍼레이션)이라고 지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전산화 작업부터 시작했다. IMF 이후 화상회의시스템 시장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스마트그리드와 엔지니어링사업까지 하는 매출 180억원 규모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10년 버틸 힘 있어야 30년 먹거리 생긴다"
송 대표는 스타트업 기업인들 사이에서 신화라고 불리는 인물 중의 하나다. 경영 스타일 때문이다.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불린다. 1997년 외환위기로 국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져 나갔을 때 "오로지 연구개발(R&D)만이 살 길"이라며 매년 총 매출의 30%를 연구개발비로 쏟아부었다. 다른 기업들이 만일을 대비해 현금을 곳간에 쌓아두기 바쁠 때였다.
회사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도 세 번이나 뒤집었다. 다른 기업의 전산작업을 도와주는 일로 시작해 화상회의시스템 시장에 뛰어들어 국내 1위로 만들었고, 지금은 한국전력과 함께 에너지서비스와 엔지니어링사업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회사가 잘 되고 있을 때 그 다음 30년 먹거리를 위해 10년간 투자를 해야하는데, 이 시기를 잘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암코퍼레이션의 본업은 화상회의시스템 솔루션 사업이다. 다른 기업과는 차별화된 멀티미디어솔루션을 정부, 기업, 학교 등에 제공한 것이 적중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략하기 위해 아랍어버젼 화상회의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사우디의 120개국 대사관에 스마트 화상회의 서비스를 구축했다.
그는 "중동의 일부 국가는 여전히 여자와 남자가 다른 공간에서 수업을 받는 등 화상시스템이 필요한 곳이 많다"며 "화상시스템 기술이 다른 기업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술이 아니라면 끊임 없이 남들이 안 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기가 찾아왔다. 본업인 멀티미디어 솔루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이 정체됐다. 송 대표의 다음 선택은 사회간접자본(SOC)이었다. 긴 호흡을 갖고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또 IT와 SOC를 결합해 소비자들의 생활을 더 이롭게 할 수 있겠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발전소에서 전력이 생산되고 각 가정에 도달하기 까지 많은 과정을 거치는 데, 송전부터 저장까지 수익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다고 봤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시장이 막 탄생하고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2013년 아프리카 이디오피아에 법인을 세웠다. 해외 발전소 건설 로드맵들을 살펴보던 중 나일강 상류에 르네상스댐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아, 이곳에 수력발전소를 지어서 인근 국가에 전력을 팔 생각이구나"라고 간파했다. 그렇다면 전력을 보낼 엔지니어링부터 설계, 시공까지 부수 사업도 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돈이었다. 중국 ODA(공적개발원조)를 두드렸다. 송 대표는 "투자를 받기 위해 제안서를 열심히 써서 돌아다니는 것보다 우리회사가 어떤 걸 팔지 명확히 하는 쪽이 지원받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우암코퍼레이션은 지난해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디오피아에서 광복합가공지선(OPGW) 구축에 성공했다. 또 일본에서 13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사업도 하고 있다.
송 대표는 "강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선 금융전략을 잘 짜야 한다"며 "이디오피아 사업은 중국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일본 사업은 싱가포르인프라펀드를 통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모잠비크에 진출할 때는 국제 R&D 실증기금을, 필리핀 섬지역 독립형 전력망 구축사업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자금을 활용했다.
◆"지향하는 가치 다르면 함께 일하기 어려워"
송 대표는 직원을 채용할 때 가치와 철학을 본다. 그의 경영철학은 "우리의 기술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화상회의시스템 기술로 한창 잘 나가던 시절 '성인채팅' 업체로부터 기술공급 제안을 받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의 경영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성인채팅사업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세상을 이롭게하는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뛰어들지 않았다"며 "우리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이 인재채용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우암코퍼레이션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에너지 절약(Energy Saving)'이다. 멀티미디어 솔루션 기업에서 전력수요반응관리 솔루션 업체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전력수요반응관리는 전력거래소에서 주관하는 에너지 절약 수요관리 사업으로 절약한 전기를 수익으로 돌려주는 사업이다. 쉽게 말해 쓴 만큼만 돈을 내는 것이다. 공장, 빌딩, 아파트 등 전기소비자가 절약한 전기를 우암 등 수요관리사업자를 통해 전력시장에 판매하고 판매수익을 고객(70%)과 사업자(30%)가 공유한다.
전력거래소는 수요자원 관리와 수요 감축 지시, 모니터링, 정산 등을 하며 우암코퍼레이션은 중소형 사업자로 수요자원 등록과 수요감축 지시, 감축량 산정과 모니터링, 입찰, 정산 등을 대행한다. 참여고객은 수요관리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감축지시에 따라 수요 감축을 한다.
송 대표는 이 시장을 통해 전력수급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경제적 편의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가는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한국전력은 전력구입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요금을 줄일 수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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