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조현아·조현민 모든 직책서 사퇴" '물컵'이 일으킨 나비효과

입력 2018-04-22 18:07   수정 2018-04-23 09:42

조양호 회장 공식 사과 "조현아·조현민 자매 사퇴"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부회장에 전문경영인 도입"
관세청, 조현민 등 3남매 자택ㆍ대한항공 압수수색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갑질' 논란 끝에 조현아·조현민 자매 그룹 내 모든 직책 즉시 사퇴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조 회장은 22일 본인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에 대해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사과문에서 "대한항공의 회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하여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저의 잘못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항공의 임직원 여러분께도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직접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자 여러분들께도 머리 숙여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하여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하여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조회장은 그러면서 "차제에 한진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특히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하여 유사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현아 사장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수감 143일 만에 석방된 후 최근 칼네트워크 호텔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때 언니에게 "내가 복수해 주겠다"고 문자를 보낸 일로 사과했던 조현민 상무는 최근 광고대행사 간부에게 고성을 지르며 물이 든 컵을 던져 '갑질 자매'의 면모를 확인시켜 줬다.

경영진으로서 비상식적인 언사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자 외신들도 잇따라 재벌 3세 조현아 조현민 자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딸의 '분노 스캔들'로 한국이 흔들리고 있다!'는 제목으로 광고대행사 팀장 쪽으로 물컵을 던진 이번 사건과 과거 언니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 아들 조원태 씨의 노인 폭행 사과 등을 자세히 다뤘다.

뉴욕타임스 또한 '재벌'은 물론 '갑질'이라는 용어까지 그대로 소개하며, 봉건시대 영주처럼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 업자를 대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로이터통신은 대한항공의 명칭에서 '대한'을 빼야 한다고 요구하는 시민들의 청와대 청원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해 나라망신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물컵' 하나에서 시작된 갑질 고발은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밀수 및 관세포탈 혐의로 확대돼 인천세관 조사국은 21일 오전10시부터 조현아ㆍ원태ㆍ현민 3남매 자택 및 대한항공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펼쳤다. 이번 압수수색은 밀수 및 관세포탈 혐의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앞서 관세청은 대한항공의 10년치 수입통관 자료를 조사하는 한편, 대한항공이 수입한 물건 중 항공기 부품으로 신고해 놓고 다른 물건을 들여왔는지 여부를 일일이 대조하고 있다.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구입한 명품 등 개인 물품을 항공기 부품으로 둔갑시켜 들여왔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한 조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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