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헤리티지대회 마지막 라운드를 끝까지 본 사람은 아마 마음이 크게 상했을 겁니다. ‘기대주’ 김시우(23)가 연장전 끝에 우승을 놓친 것도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2m 안팎 퍼트를 모조리 미스한 게 무척 안타까웠기 때문이죠.
김시우는 막판 네 홀에서 공 한두 바퀴만 구를 정도로 과감하게 스트로크했다면 통산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을 겁니다. 15번홀 1.2m 파 퍼트, 16번홀 2.2m 버디 퍼트, 17번홀 1.9m 파 퍼트, 18번홀 1.9m 버디 퍼트가 모두 홀 앞에서 왼쪽으로 꺾여 아쉬움을 더했습니다.
TV 중계를 보던 많은 이는 “야, 나도 집어넣을 수 있는 걸 못 넣네~”라며 장탄식을 했겠죠. 그렇지만 2m 안팎의 퍼트는 프로도 수없이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유가 뭘까요?
피로의 누적입니다. 쉽게 넣을 수 있는 짧은 퍼트를 정상급 프로들도 아깝게 놓치는 걸 자주 봅니다. 특히 최종일 우승을 다투던 선수가 마지막 홀에서 7m 거리를 3퍼트로 어이없게 마감하는 것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극도의 피로와 긴장감은 젖산을 과다 분비시키고 그 젖산은 근육을 뒤틀리게 해 세계 정상급 프로들도 ‘짤순이 퍼트’를 저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를 고려해 과감한 퍼팅을 하면 거리를 맞출 수 있지만, 피곤한 상태에서는 이마저도 마음대로 안 되죠.
‘툭 치면 들어가는’ 1m짜리 퍼트 성공률을 높이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1m 안팎 퍼트를 앞두면 “이거 못 들어가면 망신인데…”라는 초조함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홀컵을 미리 보려는 헤드업’으로 실수를 자초합니다. 이럴 땐 춘향이가 옥(獄)에서 칼 찬 걸 연상하며 고개를 고정한 채 퍼터를 ‘툭~’ 밀면 성공률을 90% 이상 높일 수 있습니다.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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