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ICBM 실험 중단' 선언
주요국 반응 '온도차'
러시아 "한반도 긴장완화 행보"
英 "北,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 도쿄=김동욱/베이징=강동균 기자 ]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발표하자 중국은 “정치적 대사건”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반면 일본은 북한 태도에 진전은 있지만, 실질적인 핵폐기를 의미하는지는 불투명한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은 환영 의사를 밝혔다.
지난 21일 중국 외교부는 루캉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중국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수준 향상에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힌 데 대해 환영을 표한다”고 밝혔다. 루 대변인은 “북한의 이번 결정은 한반도 정세를 한층 더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각종 호의적인 표현으로 북한의 조치를 평가했다. 관영 CCTV는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중지하고 인민 생활 향상과 주변국과의 대화를 중시하게 됐다”며 “이번 조치는 정치적 대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일본 정부와 언론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움직임이 긍정적이지만, 핵과 대량파괴 무기 등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로 이어질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이를 확실히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북한의 발표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비핵화에 대한 의사 표명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한은 비핵화를 얘기할 때 미군의 핵무기 공개 검증이나 주한미군 철수 주장 등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아사히신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입에서 핵실험 중지 등의 발언이 나온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북한이 여전히 핵·미사일 문제의 일부분만 잘라내서 판매하는 식의 ‘살라미 전술’을 쓰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 ‘일생일대의 도박’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러시아는 외무부 논평에서 “북한의 결정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동북아 정세 정상화에 중요한 행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성명에서 “북한의 핵실험 중단 선언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원해온 조치”라고 환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잘 진행하겠다는 의도로 자발적으로 움직였다”고 평가했고, 독일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김정은이 예상 밖의 선제적 대화 제스처를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도쿄=김동욱/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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