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 스튜디오 모데르나 인수 '눈앞'
CJ그룹, 동유럽 시장 첫 진출… 옴니채널 성공 노하우도 확보
모데르나, 체코 등 21개국 진출
PB상품 앞세워 종합쇼핑회사로
[ 서욱진/이동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23일 오후 4시17분
국내 홈쇼핑업계 1위인 CJ오쇼핑이 동유럽 최대 홈쇼핑업체인 스튜디오 모데르나 인수를 목전에 뒀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CJ그룹은 동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첫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은 슬로베니아 스튜디오 모데르나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마무리 협상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스튜디오 모데르나의 제안으로 인수 검토에 나선 CJ오쇼핑은 별도의 입찰 과정 없이 단독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 최종 인수 가격을 제안했다. 스튜디오 모데르나가 이를 받아들이면 거래가 성사된다.
스튜디오 모데르나는 인터넷쇼핑몰과 TV홈쇼핑, 텔레마케팅, 출판마케팅은 물론 39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거느린 종합쇼핑회사다.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과 영국 미국 캐나다 등 21개국에 진출했다.
업계에선 스튜디오 모데르나의 경영권 인수 가격을 5억달러(약 535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CJ오쇼핑이 동유럽 네트워크와 사업재편 모델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CJ그룹 산하 CJ오쇼핑이 동유럽 홈쇼핑 업체 인수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CJ그룹은 지금껏 식품 수출과 물류 분야에서 동유럽 업체들과 거래 관계를 맺어왔을 뿐 현지에 사무소 등 거점을 마련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스튜디오 모데르나 인수가 CJ그룹의 동유럽 진출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CJ그룹은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그레이트 CJ’ 비전을 제시하고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인수 대상은 북미와 중국, 동남아 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CJ그룹이 스튜디오 모데르나 인수에 성공하면 처음으로 중·동부 유럽에 거점을 마련하게 된다.
CJ그룹은 스튜디오 모데르나의 성장 과정에 주목해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슬로베니아에서 홈쇼핑 회사로 출발한 스튜디오 모데르나는 자체상표(PB)를 하나둘씩 키워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을 보유한 종합쇼핑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는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온라인 매출을 앞지르고 있다. 이 회사의 첫 PB 상품인 디스크 치료기기 ‘코스모디스크’ 성공에 힘입어 내놓은 침구류 브랜드 ‘도르미오’는 미국과 캐나다 일본 등에 진출할 정도로 디자인과 품질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스튜디오 모데르나는 식기 브랜드 ‘델리마노’와 신발 브랜드 ‘워크맥스’ 등 8개 브랜드를 둔 거대 종합쇼핑 회사가 됐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스튜디오 모데르나는 완숙기에 접어든 한국 시장에서 PB를 확보해 판매채널을 다양화하려는 국내 홈쇼핑 업체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모델”라며 “CJ오쇼핑이 인수에 성공하면 동유럽 시장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성공적인 홈쇼핑 회사의 사업재편 모델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CJ오쇼핑과 가격을 조율하는 데 실패하면 스튜디오 모데르나는 경쟁 입찰로 매각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오쇼핑 외에는 유력한 인수 후보가 없기 때문에 경쟁 입찰로 전환하더라도 CJ그룹의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스튜디오 모데르나는 비상장 회사여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는다. 투자은행(IB)업계는 과거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벤처캐피털(VC)들이 스튜디오 모데르나의 소수 지분을 사들일 때 산출한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토대로 이 회사의 경영권 인수 가격을 5억달러(약 535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가 매각주관사와 인수자문사를 맡았다.
정영효/이동훈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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