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아시아 최대 규모 개원
국내 암 환자 9명 중 1명 치료
"암 예방부터 치료, 사회복귀까지
모두 책임지는 시스템 갖추겠다"
[ 이지현 기자 ] “유전체 분석 연구 등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향후 10년 이내에 암을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개원 10주년을 맞은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의 남석진 병원장(57·사진)은 24일 “암 예방부터 치료, 환자의 사회복귀까지 책임지는 병원으로 거듭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3년째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을 이끌고 있는 그는 유방암 권위자다. 인창고와 서울대 의대를 나와 삼성서울병원 유방암센터장, 유방내분비외과분과장 등을 지냈다.
삼성서울병원이 민간 병원으로는 처음으로 2008년 아시아 최대 암병원을 짓는다고 하자 주변에서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남 병원장은 “1994년 삼성서울병원이 문을 열고 10년도 안돼 새로운 개념의 암병원을 세우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당시엔 걱정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10년 전 목표는 ‘국내 암 환자 10명 중 1명이 찾는 병원을 만들자’였다.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을 찾는 외래환자는 한 해 50만 명이다. 이 중 신규 암 환자는 2만3000명 정도다. 국내 신규 암 환자가 연간 21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암 환자 9명 중 1명이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을 찾고 있는 셈이다.
환자 수뿐만이 아니다. 치료 성적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개원 10년을 맞아 암환자 생존율을 분석했더니 원격전이암 환자의 생존율이 특히 높았다. 원격전이암은 암이 주변 림프를 타고 다른 장기로 번진 4기 환자의 암이다. 국내 평균 5년 이상 생존율은 20.9%다. 반면 삼성암병원에서 치료받은 원격전이암 환자의 생존율은 43.2%로 두 배 이상 높았다.
남 병원장은 ‘다학제 진료’를 비결로 꼽았다. 다학제 진료는 여러 진료과 의사가 모여 환자를 치료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예전에는 다학제를 한다고 하면 의사들이 ‘왜 하냐’고 불평했지만 이제는 증상 등이 평균 범위에서 벗어나는 환자가 있으면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다학제위원회에 올리는 시스템이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여러 진료과 의사가 머리를 맞대다보니 생존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남 병원장은 “질병만 바라보지 않고 사람을 보며 치료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암 치료법도 10년 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배 가슴 등을 열고 하는 개복 수술이 많았지만 지금은 로봇팔과 내시경을 쓰는 로봇 수술을 많이 한다. 표적항암제가 나오면서 항암제 치료도 달라졌다. 방사선치료 분야에는 양성자치료기가 도입돼 암 환자의 고통은 줄면서 치료 효과는 높아졌다.
남 병원장은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유전체를 분석해 항암 치료를 하고 있지만 아직 폐암 등 일부 암에 그친다”며 “앞으로는 암종이 아닌 특정한 유전자에 맞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인류의 숙원으로 꼽히는 암 정복도 머지않았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 있는 환자의 의료정보,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운동정보, 식습관 정보, 유전정보 등이 합쳐지면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암이 정복될 것”이라고 했다. 병원 역할도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병원이 단순 치료에 머물지 않고 암에 걸리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관리하고 위험 유전자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사전 진단을 통해 원인을 교정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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