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30대 펀드매니저, 억대 연봉 마다하고 사표 던진 이유

입력 2018-04-25 07:30   수정 2018-04-25 14:56

경제적 자유(10) 민경남 KB자산운용 펀드 매니저

수익형 부동산, 우량 임차인 받고 중개업소 관리해야
RTI 규제 공포는 과대 … 투자자 영향은 크지 않을 것




한 스타 부동산 펀드 매니저가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사직서를 던졌다. KB자산운용에서 부동산 전문 펀드매니저로 일했던 민경남 씨(사진·38) 얘기다. 12년차 베테랑 펀드매니저인 그는 부동산 투자 경력이 10년을 넘는 실전 투자자이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경제적 자유 노하우를 공유하는 필명 ‘시네케라’로 더욱 유명하다.

자산운용시장에선 민 씨 같은 젊은 펀드 매니저가 귀하다. 붙잡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가 과감하게 사표를 낸 이유는 간단하다. 근로 외 소득이 더욱 많았기 때문이다. “투자할 시간이 모자라 사표를 썼다”는 그를 집코노미가 24일 만났다.

▶일과 병행하는 투자자도 많다. 왜 굳이 안정된 직장을 그만뒀나.

“오피스 빌딩을 투자관리·운영했던 전공을 살려 수익형 부동산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싶어서다. 회사 일에 얽매이다 보니 항상 투자 대상을 분석할 시간이 모자랐다. 전업 투자자가 아니라면 평일 낮에 현장을 찾아가 분석하기 힘들다. 아파트라면 저녁에 주변을 둘러보고 주말에 계약해도 된다. 하지만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은 다르다. 낮과 밤, 요일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최소 10번 이상은 현장에 가봐야 적정 임대료를 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월급쟁이가 이처럼 움직이긴 힘들지 않겠나. 문득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

▶30대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비결은.

“재건축에 투자하지 않아서다. 재건축에 투자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전세가격이 낮아서다. 정부 규제의 집중 타깃이 되는 것도 약점이다. 그래서 재건축 아파트 하나를 사는 대신 전세가격이 높은 서울 인기 주기지역 일반아파트를 여러 채 샀다. 2014년께 강남에서도 2억원 정도만 있으면 새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이런 아파트들이 5억원 안팎 올랐다. 수익률이 200%를 넘는다.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더욱 낮았을 것이다.

다만 투자지역은 철저히 인기 주거지역으로 한정했다. 인구가 줄고 있는 지방이나 공급이 많은 수도권 외곽은 리스크가 너무 큰 까닭이다. 강남권과 강북 한강변 정도로 투자 대상을 좁혔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 비결은.

“시장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오피스텔을 사면서 ‘월 60만~80만원은 받을 수 있겠다’고 말한다. 시장조사를 제대로 안 한 것이다. 두 값은 수익률에서 33%나 차이난다. 60만원인지, 70만원인지, 80만원인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난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할 때 적어도 10번은 가본다.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아예 매입하지 않는다. 수익을 내는 것보다 위험을 줄이는 게 우선이다.”


▶임대료 파악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프랜차이즈 점포개발 담당자 등 인맥이 있다면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없다면 마치 가맹점을 열 것처럼 상담도 받아봐야 한다. 신규분양 상가의 경우 분양업자들이 말하는 확정수익률이나 중개업소에서 부르는 호가를 믿어선 안 된다.”

▶수익형 부동산도 A급지만 매입하나.

“임대인은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임차인과의 분쟁이 많아서다. 뜻하지 않게 임차인으로 조직폭력배를 받은 적도 있다. 내보내는 데 애를 먹었다. 다소 슬픈 이야기지만 임차인의 질도 중요한 문제다. 이 같은 점에서 보면 차라리 우량 주택이나 상가를 찾아 투자하는 게 낫다.”

▶A급지는 서로 사려고 해서 수익률이 낮다.

“연예인이나 자산가들이 수익률 3%대 꼬마빌딩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증여하기 위해서 산다. 실거래가격이 아니라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만큼 절세 효과가 크다. 두 번째는 벨류 애드(Value add)형 투자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높여 파는 것이다. 이런 투자자들은 당장의 임대수익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은행 이자 비용 정도만 나오면 만족한다. 임대수익이 많으면 종합소득세 과표가 크게 올라가는 까닭이다.”


▶시중은행은 지난달부터 새 대출규제인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 RTI(Rent To Interest)=연간 부동산 임대소득을 이자비용으로 나눠 대출한도를 계산한다. 상가나 오피스텔 등 비주택임대업은 이 비율이 1.5 이상, 주택은 1.25 이상일 때 대출이 가능하다. 차주는 이자보다 1.5배 많은 임대소득을 거둬야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에게 위협적인 규제는 아니다. 일부 차주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건 맞다. 특히 대출 비중이 높은 1억~2억원대 오피스텔에 높은 비율의 대출을 끼고 투자하려던 이들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수익형 부동산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얘기가 다르다. 8억원 이상으로 가격 규모가 있는 구분상가 투자자들의 경우엔 의외로 대출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다. 또한 시중은행에선 이미 LTV 50% 이상의 대출은 상당히 꺼리는 편이다. RTI가 도입됐다고 해서 이전과 투자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 보진 않는다.”

▶경·공매도 병행한다고 들었다.

“경매의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싸게 살 수 있다. 두 번째는 노동력 손실이 덜하다. 일반 매매에선 매도인이 막판에 변심해 안판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헛 고생한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 혹은 주말을 이용해 임장했던 시간을 모두 날리는 셈이다. 다만 경매시장에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임대 노하우가 있다면.

“시간을 양보하더라도 가격을 양보해선 안 된다. 임대료가 한 번 낮아지면 임대수익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매각차익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월 400만원의 임대수익을 예상하고 10억원짜리 상가(연 수익률 4.8%)를 분양받았지만 5년을 투자하는 동안 실제 임대수익이 월 300만원(연 수익률 3.6%)에 그쳤다면 임대수익 측면에서 6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매각가격까지 고려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진다. 상가 매매가격은 수익률에 연동되는 까닭이다.”


▶금리인상도 투자자들의 부담인데.

“과거 16년 동안 기준금리의 연간 최대 오름폭은 75bp(0.75%포인트)였다. 금리가 오르면 수익형 부동산의 요구수익률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임대료를 함께 올리지 못할 경우 매각손실의 우려가 커진다. 수익률이 연 5%인 상가를 기준으로 이를 시뮬레이션 해봤더니 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 임대료를 10% 인상해야 매각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금리인상이 당장 급격하게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다.”

▶임대료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임차인과는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도울 수 있는 최대한으로 도와야 한다. 간판이 필요하다고 하면 간판을 설치해주고, 큰 통창이 필요하다면 창을 내줘야 한다. 임차인의 장사가 잘 돼야 공실도 줄이고 나중에 임대료도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임대료가 오를 곳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다. 그만큼 상권분석과 물건분석에 능통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상가 투자의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사실 최저임금 인상이 상가 투자의 큰 위험 가운데 하나다. 임차인이 고용을 줄이지 않는 한 임대료를 인상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가에 투자하기 전엔 종업원이 몇 명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무인화가 잘 된 곳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음식점이라면 고객이 셀프로 주문하고 종업원의 서빙이 없는 경우 해당한다.”

▶평범한 월급쟁이도 당신처럼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을까. 몇 가지 팁을 더 준다면.

“투자정보는 신문 기사로만 접할 게 아니라 원본을 봐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쉽게 볼 수 있다. 해석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왜곡이 없다.

중개업소 관리도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대개 중개수수료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웃돈을 얹어준다. 우대해야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개업소는 공실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어차피 임차인을 구하는 건 중개업소다.”

글=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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