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시의 '꼰대 교육' 유감

입력 2018-04-25 17:38  

박진우 지식사회부 기자 jwp@hankyung.com


[ 박진우 기자 ] “스스로를 ‘꼰대’라고 생각합니까? 인생의 목적이 뭔가요?”

서울시의 ‘감성 리더십’ 교육이 화제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부터 ‘일하는 문화’를 바꿔보자는 취지로 민간업체 E사에 이 교육을 위탁해 진행하고 있다. 2주에 한 번씩 오전 내내 업무의 ‘허리’를 담당하는 과장 250여 명을 상대로 교육이 이뤄진다. 이 교육은 지난해 9월 (여덟 번째로 발생한) 서울시 공무원 자살사건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직원 고충을 헤아리지 못한 관리자 책임이 중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 프로그램 마련에 2억원을 들였다. 하지만 정작 수업 듣는 과장들은 심기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미 조직문화가 많이 바뀌어 고함치는 경우도 거의 없는데 돈 주고 굳이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과장은 꼰대 설문을 하는데 이런 식의 교육은 그동안 해오던 과장들의 업무 전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과장도 첫 수업부터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데 인생 상담인지 감성리더십 교육인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서울시에서 ‘일하는 문화’ 개선 교육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세훈 전 시장 때는 합숙훈련까지 시키며 교육했다. 2016년 서울시 공무원을 상대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이해하고 소통하는 감성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과반수에 달했다. 수차례 내부 비판 끝에 일명 ‘꼰대 문화’를 바꾸겠다며 이번 교육이 마련됐다는 후문이다. 교육은 과장 이하 팀장들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이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2년 전에도 서울시는 ‘직원 중심의 조직문화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사업 일몰제나 정시퇴근 운동, 지원 부서 슬림화 등이었다. 하지만 변한 건 없다고 직원들은 푸념했다. 한 직원은 “지난해 11월 조직문화 혁신 대책도 1년 전 대책과 똑같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과장들의 ‘꼰대 감성’이 아니다. 이전과 똑같은 대책을 내놓으면서 ‘꼰대 감성’만을 탓하는 건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상명하복 문화를 바꾸라며 새로울 것 없는 교육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구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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