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 정비사업 활발…마포 재평가 이끌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이달 13억9000만원에 실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강북 최고가 아파트인 ‘경희궁자이’ 전용 84㎡와는 불과 500만원 차이다. 공급면적 기준 3.3㎡당 4100만원 수준으로 강남 새 아파트 분양가격과 맞먹는다. 아현동 R공인 관계자는 “당초 14억3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지만 계약 과정에서 가격을 다소 낮춰 거래됐다”고 전했다.
서울 도심 낙후지역이었던 마포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강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는가 하면 새 아파트 분양 땐 당첨자들의 가점 ‘커트 라인’이 강남 인기 주거지역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 정비사업이 속속 마무리되면서 주변 환경이 크게 개선된 까닭이다.
◆강북 최고가 노리는 ‘마래푸’
마포는 강북의 대표적인 직주근접 지역이다. 서울 3대 도심 가운데 두 곳인 광화문과 여의도로 이동이 쉽다.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데도 불과 5~6년 전까지는 주거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낡은 단독주택과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밀집해 있었서다. 고소득 직장인보다는 저렴한 월세를 찾는 학생이나 갓 상경한 사회초년생 등이 지속적으로 몰려 지역 분위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분위기가 급반전한 건 뉴타운 개발이 본격화되면서다. 아현동 A공인 관계자는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한 뒤 1~2년 지나자 살기 편하다는 입소문이 퍼졌다”며 “2014년 이후 대세 상승장에선 그동안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까지 급등했다”고 말했다.
일대 시세를 이끄는 아파트는 2014년 입주한 3800가구 규모 대단지 ‘마포래미안푸르지오’다. 이 아파트 4단지 전용면적 84㎡의 마지막 실거래가격은 이달 초 신고된 13억9000만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5억원가량 오른 가격이다. 강남권과 비교하면 잠실 ‘레이크팰리스’ 같은 주택형과 비슷한 수준이다. 강북 대장주로 불리는 교남동 ‘경희궁자이’ 전용 84㎡ 입주권 실거래가와는 500만원 차이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단지는 주변이 공원처럼 꾸며진 데다 단지 내 상가를 끼고 있어 선호도가 높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필두로 주변 다른 아파트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공덕자이’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올해 초 10억원을 넘겼다. 지난해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이사해 유명세를 탄 단지다. 바로 옆 ‘아현아이파크’ 전용 84㎡는 1월 9억8000만원에 손바뀜해 10억원에 바짝 근접했다. 매물은 11억~13억원대에 나와있다.
한강변 단지들의 가격도 최근 확 뛰었다. 마포에서 처음으로 10억원 고지를 밟았던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2월 1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래미안웰스트림’의 전용 84㎡ 한강 조망 매물의 호가는 13억원까지 올랐다.
올해 입주 예정인 단지들의 전용 84㎡ 분양권 거래가격 역시 10억원 안팎이다. 대부분 분양가보다 2억~3억원 정도 값이 뛰었다. 오는 8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신촌숲아이파크’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10억1760만원에 실거래됐다. 10월 입주하는 ‘신촌그랑자이’의 같은 주택형은 지난 연말 9억6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10억원에 육박했다. 올해 분양권 거래는 없었다.
◆마포 시세 이끄는 아현뉴타운
마포가 부동산시장에서 주목받게 된 건 정비사업을 통해 새아파트가 꾸준히 공급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하철 2호선과 5·6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등 교통망이 뛰어난 지역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자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2기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인 아현뉴타운의 파급력이 컸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았다. 2003년 지정된 아현뉴타운은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이후에도 사업이 꾸준히 추진되면서 돈의문뉴타운, 가재울뉴타운 등과 함께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다. ‘공덕래미안5차(공덕5구역)’와 마포래미안푸르지오(아현3구역), 입주를 앞둔 마포자이3차(염리2구역)가 아현뉴타운의 대표적인 새 아파트다. 아현2구역과 최근 분양한 ‘마포프레스티지자이(염리3구역)’, ‘공덕SK리더스뷰(마포로6구역)’까지 뉴타운 사업으로 공급되는 새 집만 8000여 가구다. 인접한 재개발·재건축 단지 물량까지 합치면 1만 가구를 넘는다. 미니 신도시급 규모다.
배찬석 아현스타공인 대표는 “개별적인 재개발이 이뤄졌다면 지역 전체의 정비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겠지만 뉴타운으로 정비가 한꺼번에 진행되다 보니 도로와 학교 등 주변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 15년 이상 부동산 중개를 하면서 뉴타운 사업을 지켜본 그는 “재개발 아파트 단지들의 입주가 모두 마무리되면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던 염리4·5구역도 다시 개발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염리4·5구역은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 이상의 반대로 각각 2013년과 2014년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 해산절차를 밟았다.
마포 지역 정비사업은 대부분 마무리 단계다.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아현뉴타운을 포함해 마포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정비사업은 모두 25개다. 이 가운데 19개 단지가 이미 관리처분인가 혹은 착공 단계를 넘어섰거나 입주를 마쳐 사업이 사실상 완료됐다.
나머지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주가 90%가량 진행된 아현2구역 재개발 역시 사업이 막바지 단계다. 남은 단지 가운데서 공덕1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마쳤고 마포로3-3구역은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앞두고 있다.
주변 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최근 마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강남 못지않은 인기다. 이달 초 청약을 받은 마포프레스티지자이는 당첨자의 최저 가점인 ‘커트 라인’이 52점으로, 비슷한 시기 강남에서 분양한 ‘디에이치자이개포(41점)’보다 높았다. 일부 주택형은 가점 74점으로도 낙첨될 만큼 아껴둔 청약통장을 던지는 수요자들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마포를 서울 도시정비의 성공적 사례로 평가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중산층이 속속 모여드는 만큼 앞으로 학군 발전이 동반된다면 목동보다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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