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트럼프는 무역에서 동맹이 필요하다

입력 2018-04-26 19:51  

토머스 도이스터버그 - 前 미 상무부 차관보

수입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트럼프의 일방적 관세 부과는
국내외 동맹을 적으로 돌려세워

트럼프의 '채찍과 당근' 전략이 한·미FTA 등 성과를 거뒀지만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큰 만큼, 미국은 이제 동맹국 도움 없이
세계 무역 주도권을 쥘 수 없어



[ 주용석 기자 ]
미국의 무역정책은 지난 수십 년간 진화하지 못했다. 국내외 정치·경제적 환경이 크게 변했는데도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국내외 변화와 정책 간) 단절의 정치적 의미를 지난 대선 때 그와 경합한 어떤 후보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가 펼친 전략은 종종 불발에 그쳤고 심지어 국내외 동맹을 적으로 돌려놓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미국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실수를 만회하고 더 나은 무역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다.

왜 변화가 필요한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은 경제적 헤게모니 덕분에 무역과 해외 투자 측면에서 점잖은 접근법을 택했다. (미국 입장에서) 국제무역은 세계 경제를 되살리고 반(反)공산주의 동맹을 공고히 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부분이었다.

1970년대 초부터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유럽과 동아시아가 경제적으로 부흥하면서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로는 그런 상황 변화가 더 뚜렷해졌다. 무역 개방에 대한 미국 내 정치적 지지가 심각하게 약해졌다. 미국 생산자들이 새로운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미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잠식한다고 인식했다. 중국의 노골적인 중상주의와 지식재산권 절도, 왜곡된 보조금, 서방국가의 산업을 대체하려는 야심 탓에 경제학자들은 전후 무역체제의 효율성에 대해 재고하기 시작했다. 중국을 전후 체제에 통합하고 정치적 자유화로 이끌려는 노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지역의 무역협정은 21세기 경제를 따라잡지 못했다. 신기술 분야나 국영기업과의 무역 규칙은 비효율적이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에서는 더 그렇다. WTO의 분쟁 조정 메커니즘은 난장판이나 다름없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점점 더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미국의 리더와 사상가들은 국가 안보가 본질적으로 강력한 경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상업적인 제품이 갈수록 국가안보와 얽히게 된다.

많은 평론가가 트럼프 행정부가 해낸 가장 중요한 개혁은 2017년 세제 개혁이라고 강조한다. 세제 개혁의 국제적 요소와 법인세율 인하는 전보다 강력한 경쟁에 직면한 미국 기업의 힘을 강화할 것이다. 산업 생산과 첨단기술 센터를 해외로 옮기려는 유인을 바꿔놓는 데 특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탈규제 흐름은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경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까지 국내 경제정책 아젠다를 무역 부문의 우선순위와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보다 대결적인 무역정책을 펼치려면 국내외 동맹의 협력이 절실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 특히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는 국내외 동맹을 적으로 돌려세웠다. 비록 일부 국가가 관세 면제 약속을 받았지만 말이다. 유럽과 일본이 자동차와 농업 분야에서 미국을 상대로 관세 장벽을 활용한 측면은 분명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해법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의 관세 부과 위협은 이들 국가를 협상에 나서게 했지만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훼손했다.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선 중국이 핵심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중국은 유럽 경제에서의 존재감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유럽연합(EU)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에 따라 브뤼셀도 전통적인 관료주의적 반대를 물리치고 중국의 관행에 도전하게 됐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도 정치·경제·국가안보 측면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영향력 확대를 위협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 미국이 일방적으로 행동해선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설령 그 같은 행동이 성공하더라도 (그보다는) 동맹국과 협력하는 게 더 낫다. 대서양 양쪽(미국과 유럽)에서 포퓰리즘을 낳고 있는 경제적, 정치적 현실에 더 잘 대처하려면 말이다. 이를 위해선 중국의 중상주의라는 현실에 맞는 WTO 개혁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채찍과 당근’ 전략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선 일부 긍정적인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인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그럴지 모른다. 중국과 한국, 그리고 심지어 독일도 자동차 같은 분야에서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철강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자동차와 농업 부문 관세 인하를 제안할 것이란 보도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유연한 전술은 그가 타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앞으로 있을 중국과의 협상, 그리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필요한 게 바로 유연함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원과 노동자 계층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만족시키려면 특히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과가 필요하다. 중국 중상주의자들의 도전에 대응해 성과를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그보다는 동맹인) EU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성과를 향해 한걸음 내딛는 것이다.

원제=Trump Needs Allies on Trade

정리=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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