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지도자' 김정은...'표정'과'몸짓'의 정치학

입력 2018-04-27 12:12  



(박동휘 정치부 기자) ‘은둔의 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표정과 몸짓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 준 그의 행동은 ‘정상 국가’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데 집중하는 듯 보였다.

오전 9시30분, 판문각에 등장한 김정은은 예상대로 인민복 차림이었다. 경호원과 수행원들에 둘러싸인 채 세계 무대에 첫 선을 보인 그의 모습에선 역사적인 순간을 향한 엄숙함이 묻어났다. 묵묵히, 그리고 천천히 판문각 계단을 내려서면서 김정은은 군사 분계선 넘어 미리 와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판문각 계단에선 짧게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왼쪽 뒷편 그의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귀를 기울이는 듯 했으나 답은 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때 북한측 단장으로 온 인물이다.

계단을 모두 내려오자 김정은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한반도의 봄을 상징하 듯 화창한 날씨를 느끼는 듯 했다. 이때부턴 김정은 홀로였다. 문 대통령 앞 10여m 쯤부터 김정은의 표정은 환하게 밝아졌다.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라고 손짓하자 힘차게 건넌 뒤 먼저 말을 건넸다. 하지만 군사분계선 앞에서 진행된 기념촬영 속 김정은의 표정은 긴장한 듯 굳어 있었다.

이때부터 시나리오에 없던 파격이 시작됐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향해 북쪽으로의 월경(越境)을 권했다. 문 대통령의 답방을 예고하는 듯한 행보였다. 남측 의장대를 처음 사열하면서 김정은은 정면만 응시한 채 걸었다. 문 대통령이 거수경례로 도열한 군인들을 향해 미소를 보낼 때에도 김정은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김정은이 환한 웃음을 되찾은 건 평화의 집 1층에 들어서고 난 뒤부터였다. 민정기 작가의 북한산 그림 앞에서 파안대소하듯 표정이 밝아졌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측 땅을 밟는 북측 지도자의 표정에선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끝)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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