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 남북정상 함박웃음 뒤엔 삼엄한 경호…과거와 비교해보니

입력 2018-04-27 16:15   수정 2018-04-27 16:44

'인의 장막' 형성했던 김정은, 남측에서는 열린 경호
양측 경호원들, 정전협정상 중화기 휴대 금지
북한 경호부대 세대교체하면서 변화 감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날 때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들까지 두 정상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했다. 이렇듯 이번 회담에 거는 전 세계의 기대를 두 정상도 알고 있었을 터. 그런 이유때문인지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표정에는 웃음이 만연했다.

하지만 이같은 만남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호작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경호의 세계와 과거 사례를 살펴보자.

▲남북합동경호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일대는 남북 간 철통같은 경호 태세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정은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땅을 밟는 것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남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기 때문에 남북 모두 사소한 돌발 상황도 일어나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김정은의 방남 전부터 남북의 경호 인력은 판문점 주요 지역에 배치돼 합동작전을 펼쳤다. 남북은 앞서 세 차례에 걸쳐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을 가졌고 이날 판문점 남측 전체를 특별경호구역으로 지정해 남북 합동 경호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남북 경호 인력은 양복을 착용해 가슴에 착용한 배지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였다. 또한 판문점 내에서는 정전협정에 따라 중화기를 휴대할 수 없기 때문에 경호 인력은 보이지 않게 권총만 휴대했다.

▲문 대통령의 OPEN 경호…김정은은?

이날 오전 8시 6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와 대통령 경호처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면서 판문점으로 향했다. 경찰차 2대가 선두에 서고 대통령 차량을 둘러싼 경호 차량이 9대 가량이었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기다리는 동안 근접 경호원의 모습이 눈에 띄긴 했지만 지나치게 가깝게 서 있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열린 경호를 선호했다.

반면 김정은의 등장은 사뭇 달랐다. 이날 오전 8시 28분, 판문점 북측 판문각 정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이 계단으로 나서는 순간에는 북측 공식 수행원과 경호원의 ‘인의 장막’이 펼쳐졌다. 북측 경호원들은 김정은이 문 대통령과 처음 대면하는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건물에 진입하기 전 2중, 3중으로 김정은을 둘러쌌다. 하지만 김정은과 문 대통령의 첫 만남 이후 북측의 경호 형태는 ‘투명 경호’로 바뀌었다. 생중계 화면에서는 남측 경호원은 물론, 북측 경호원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북한의 경호는 삼엄한 밀착 경호가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아주 이례적이었다. 김정은은 평소 최측근 경호부대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호위부대와 최고사령부의 호위부대, 외곽의 호위사령부, 지역별 보위원과 보안원 등으로부터 다중 경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김정은의 근접 경호는 북측 최정예 경호부대인 974부대나 호위사령부 중에서도 최정예 요원들이 차출돼 배치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으로 돌아간 김정은…다시 '인의 장막'

남측 지역에서 우리의 스타일대로 열린 경호를 받으며 회담장에 들어선 김정은은 오전 회담을 마치고 북측으로 돌아가면서 다시 북한의 스타일대로 경호를 바꿨다.

김정은은 27일 오전 11시 57분께 문 대통령과의 오전 회담을 마치고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나왔다. 평화의 집 정문 앞에는 북한 국무위원장 로고가 새겨진 벤츠 리무진이 김정은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김정은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배웅을 받은 뒤 자신의 전용 차량 뒷좌석에 탑승했다.

김정은이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그를 밀착 수행하는 경호부대 책임자가 차량 문을 닫고 동선을 살피며 먼저 달려갔다.

이 경호부대 책임자는 김정은이 북한 내부에서 공개활동에 나설때마다 항상 장성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허리에는 권총을 찬 모습으로 김정은의 지근거리에서 경호를 수행했다.

김정은을 태운 차량이 서서히 출발하자 차량 주변에 미리 배치돼 서있던 12명의 경호원이 차량을 에워싸고 함께 달리며 다시 인의 장막을 형성했다. 이 경호원들 역시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이었으며 복장은 흰색 와이셔츠에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검은색 양복을 입었다.


▲과거에는 어땠나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서 평양시민들의 환호 속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환대를 받았지만 공항 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바로 경호부대원들 때문이었다. 북한 경호부대원들은 ‘가께반도’(가죽혁띠)를 어깨에 메고 오른쪽 허리에는 권총을, 왼쪽에는 탄창을 3개씩 차고 당장이라도 전투를 벌일 태세로 나타났다. 그들은 북한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김정일의 친위부대였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북한은 2000년도보다는 한층 유연해진 모습이었다. 방북 첫날 청와대 경호실과 북한 호위총국이 서로 협력하는 경호를 한 것이다.

당시 회담 첫날이었던 10월 2일 오전 7시55분 노 전 대통령이 탄 벤츠 S600 방탄 차량이 청와대에 본관 앞에서 출발하자 그 뒤로 경호실 요원들이 탄 검은 색 대형 밴 4대가 따라붙었다. 청와대 경호요원들은 속도가 늦어지는 지점에서는 밴 차량의 선루프(문루프)를 통해 상체를 내민 채 벤츠 S600을 따랐다.

북한 호위총국 요원들이 등장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오전 9시6분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은 직후였다. 노 전 대통령 내외가 다시 차에 오르는 순간 청와대 경호팀이 차량에 바짝 붙어 사방을 경계했고 어느새 나타난 호위총국 요원들이 그 외곽을 둘러쌌다. 합동경호가 이뤄진 것이다.

또한 2000년 회담 때는 나이 지긋한 친위대원들이 동원됐지만 2007년에는 젊은 군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져 경호부대가 세대교체가 이룬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귀에는 무선연락을 취할 수 있는 이어폰을 착용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대통령 경호 모델을 북한도 도입했다는 해석이 잇따랐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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