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적어 "없어서 못팔 정도"
다세대 전세 3억~3억5000만원
대학입시 농어촌특별전형 겨냥
'전원생활+학군' 수요 꾸준
한강변… 서울 접근성도 뛰어나
[ 김형규 기자 ]
지난 26일 오후 찾은 경기 양평군 문호리의 혁신초등학교 서종초 운동장. 학생들의 가방이 운동장에 무더기로 놓여 있었다. 방과후 수업을 기다리면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 초등생들의 가방이었다. 대도시 초등학교에선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방과후 수업이 없는 학생들은 늦은 시간까지 운동장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흙장난을 했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는 가까운 마을까지 퍼져나갔다. 인근 수능리의 한 전원주택에선 일찍 하교한 한 초등학생이 마당에서 개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정원에 선베드를 놓고 책을 읽고 있는 주민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양평군 서종초 인근 마을들이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원주택지로 부상했다. 서종초 인근 문호리, 수능리, 서후리 일대다. 이곳 전원주택은 입지와 크기에 따라 6억~10억원을 호가한다. 인기가 높아 매물은 1주일 안에 팔려 나간다.
◆서울 아파트 안 부러운 전원주택
수능리 시인의마을, 벚꽃마을, 샘말 등엔 100여 가구의 단독주택이 둥지를 틀고 있다. 4~6m 폭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각양각색의 단독주택이 자리 잡았다. 콘크리트 구조 주택, 목조 주택, 가로로 길쭉한 1층 주택, 다락방을 갖춘 2층 주택 등이다.
이 일대 전원주택 매매가격은 6억~9억원대다. 대지 330㎡에 건물 115~132㎡ 안팎의 규모로 지어져 있다. 규모가 작거나 목조로 지어진 예전 건물은 6억~7억원대, 규모가 크거나 신축한 주택은 8억~9억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다. 이보다 넓은 대지 660㎡ 규모의 주택은 10억~14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1년 전에 비해 10%가량 오른 가격이다.
전원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OK시골의 김경래 대표는 “전원주택은 기본적으로 감가상각이 되는 상품이지만 잘 지은 주택, 인기 지역 단지는 가치를 인정받아 매매가가 꾸준히 상승한다”고 말했다.
펜션으로 활용하면서 수익을 내는 집주인들도 있다. 대지 면적 462㎡, 건물 면적 158㎡의 한 전원주택은 1년 전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건강이 나빠져 이사 온 소유주가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건강을 회복한 뒤 집을 팔고 서울로 돌아갔다. 새로 집을 산 이는 자신이 가끔 와서 쉬거나 주말에 펜션용으로 대여해주고 있다. 성수기 1박 요금은 50만원대다.
한강변에 자리잡고 있어 가장 인기가 좋은 문호리에선 비슷한 면적의 전원주택 가격이 10억원 안팎을 호가한다. 문호리 중심부엔 다세대주택도 소수 들어서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곳으로 이사 온 ‘맹모’들이 전용면적 84㎡ 안팎의 집에 3억~3억5000만원의 전세를 주고 산다. 전원주택 매물을 구하지 못했거나, 다시 서울로 돌아갈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전원주택은 통상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 일대에선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매물이 귀하다. 전세 물건도 구하기 힘들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1년에 한두 건 매물이 나올 정도”라며 “매수하러 온 손님들이 허탕 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원생활+학군’ 두 마리 토끼 잡기 가능
부동산 전문가들은 문호리 주변 전원주택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로 서울 강남 못지않은 학군, 뛰어난 서울 접근성, 한강 조망, 다양한 편의시설 등을 꼽는다.
이 중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학군이다. 명문 초·중·고교가 있다. 서종초는 전학 오는 학생들이 많아 교장실을 교실로 내줬을 정도다. 예체능 방과후 학교 설비도 좋다. 승마, 골프, 스키, 연극, 공예, 댄스, 과학 등 다양한 체험학습이 가능하다. 방과후 학교 수강료는 4개월에 4만8000~6만원 수준이다. 등하교는 스쿨버스로 한다.
서종초를 졸업한 뒤 양평중, 서종중, 양서고 등에 진학한다. 양서면에 있는 양서고에선 지난해 14명의 졸업생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일반고 9위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농어촌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전입 수요가 꾸준하다 보니 서종초로 통학할 수 있는 수능리에는 전원주택이 지속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시인의마을 인근 숲속마을엔 전원주택이 한두 개 동씩 들어서고 있다. 이곳으로 이사 온 연예인들도 많다. 배우 이영애 씨는 6~7년 정도 수능리에 살았다. 배우 감우성 김수로 씨 등이 주변에 살고 있다. 조봉훈 알에스코리아 대표는 “서종초 인근 단독주택은 전원주택업계에서 ‘스테디셀러’로 불린다”며 “자녀에게 창의적인 교육을 시키면서 전원생활을 누리려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양평=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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