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숙제' 떠안아… "비핵화 진전된 논의 없으면 실패 답습"

입력 2018-04-27 23:51  

2018 남북정상회담
1·2차 정상회담과 비교

철도 연결, 이산가족 상봉 등
과거 정상회담서도 합의했지만
北 핵실험에 가로막혀 실패

문재인정부 2년차 개최 추진력 실려
첫 남북 영부인 간 만남도 '눈길'



[ 박재원/김채연 기자 ]
11년 만에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과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나온 ‘10·4선언’은 여러 점에서 닮았다. 크게 남북 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 부문에서 합의한 점이 그렇다. 이번 선언의 핵심 내용인 비핵화 합의는 10·4선언 때 빠졌지만 같은 시기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불능화 선언을 한 점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는 지켜질까

판문점 선언은 10·4선언과 같은 숙제를 떠안았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은 4자 정상회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문산~봉동 간 철도 화물수송 등의 내용을 담았다. 남북 정상회담 수시 개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경의선 열차 이용 참가와 이산가족 상봉 확대 등의 ‘핑크빛’ 전망도 담겼다.

하지만 이후 남북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10·4합의는 거의 이행되지 않았다. 판문점 선언에 11년 전 합의 내용이 대거 포함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자 정상회담 추진, 서해 평화수역 마련, 동해선·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 등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산가족·친척 상봉,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 공동 참가도 합의한 내용 중 일부다.

남북은 2000년 1차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현안을 선언문에 작성했다. 이 가운데 ‘6·15 공동선언’ 이후 추진하려던 8·15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균형 경제 발전을 위한 교류 증진, 대화와 방문 확대 등이 있다.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정상 간 합의라는 큰 의미와 함께 양국이 이를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북한의 핵실험 등에 가로막혀 실패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완전한 비핵화 등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거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김정은이 정상국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핵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비핵화도 이행이 관건

1, 2차와 달리 비핵화라는 의제가 회담에서 다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란 분석이다. 과거 1, 2차 회담은 비핵화보다는 남북 관계 개선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2000년에 열린 1차 회담은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에 무게가 실렸고, 2007년 2차 회담에서는 비핵화 문제가 한반도 평화 정착 의제 안에 포함되면서 주요 논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하지만 10·4선언이 나오기 전날 6자회담을 통해 북핵 시설을 불능화하는 데 합의한 점에서 이번 판문점 선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능화 시기를 2007년 말로 못 박았다. 오는 5월 말에서 6월 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때 비핵화 일정을 합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치적 시기만 놓고 보면 이번 회담의 이행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역대 정권은 집권 중·하반기에 회담을 열었으나 문재인 정부는 정권 2년차에 개최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인 비핵화 논의가 과거 회담보다 추진력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회담 일정과 장소도 바뀌었다. 1, 2차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2박3일간 이뤄졌지만, 이번 회담은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하루 동안 열렸다.

판문점=공동취재단/박재원/김채연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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