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3언더파 쳐 역전극
'타이거' 꺾은 PGA 메이저 챔프
골프 유목민 떠돌다 '再起 발판'
[ 조희찬 기자 ] 양용은(46·사진)은 제주에서 태어나 ‘바람의 아들’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별명처럼 그의 인생은 한 곳에 머물지 않았다. 2009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쥘 때만 해도 앞날이 ‘탄탄대로’인 듯했다. 하지만 우승으로 얻은 PGA투어 출전권이 어느새 만료됐고 그는 유럽으로 건너갔다. 유러피언(EPGA)투어에서 매주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를 홀로 다니며 떠돌이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해 말 마음속으로 배수의 진을 쳤다고 한다.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 챔프인 그가 ‘풀 타임’을 뛸 투어가 없어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는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메이저 우승은 어차피 지난 일”이라며 “선수로서 출전 자격이 없고 초청도 받지 못하면 가능성 있는 기회를 살리려 도전하는 것이 맞다”고 굳은 각오를 밝혔다.
양용은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근력 운동이다. 그는 20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운동량으로 전성기 몸무게를 되찾았다고 한다. 그를 괴롭히던 다리 뒷부분 통증도 사라졌다. 90㎏까지 불었던 체중을 그의 전성기 때 몸무게인 70㎏ 후반에 근접한 82㎏까지 감량했다. 근육량은 더 늘렸다.
그가 다시 문을 두드린 곳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그가 2000년대 중반 4승을 거둔 곳이다. 양용은은 절박함을 안고 간 JGTO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하며 올해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당시 양용은은 “한국엔 40대 중반 선수가 별로 없는데 미국이나 일본엔 꽤 있는 편”이라며 “올해 JGTO에서 51세인 태국의 프라야드 막생이 우승했고 나도 못할 것이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바람의 아들이 약속을 지켰다. 양용은은 29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GC(파70·6557야드)에서 열린 JGTO 더크라운스(총상금 1억2000만엔·약 11억7700만원)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68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3라운드까지 2타 차 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그는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를 쳐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양용은의 프로대회 우승은 2010년 10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와 원아시아투어가 공동 주관한 코오롱한국오픈 이후 7년6개월 만이다. JGTO에선 2006년 9월 산토리오픈 이후 11년7개월 만이다. JGTO 개인 통산 5승째.
양용은은 곧바로 ‘금의환향’한다. 다음달 3일부터 경기 성남시 남서울CC에서 열리는 GS칼텍스매경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황중곤(26)과 앤서니 퀘일(호주)이 4타 차 공동 2위에 올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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