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남북 정상회담 성공했는데 다우지수 왜 떨어졌나

입력 2018-04-29 18:56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남북한 정상회담이 끝났다. 대내외 평가를 보면 한국 내에서는 ‘성공’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고 대외적으로는 ‘축하’한다는 분위기다. 증시 반응은 차분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7일 당일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0.6%대에 그쳤다. 액면분할을 앞두고 1.5% 이상 오른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상승률은 더 낮아진다.

오히려 남북 정상회담 만찬 종료 시점부터 시작된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하락했다.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2.3%)이 예상치(1.8%)를 웃돌았고, 10년물 국채금리가 3% 밑으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다우지수가 떨어진 것은 ‘의외’였다. 외환 등 다른 시장의 반응도 증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정확한 시장 평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월가에서 차분하게 반응하는 것은 북한이 갑작스럽게 한국,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임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계속된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유엔과 미국이 주도적으로 강도 높은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왔다.

북한의 경제 사정은 어려워졌다. 특히 외화가득원이 취약해졌다. 지난해 수출은 2016년에 비해 36.8% 감소했으며 전체 수출의 85%를 웃도는 대중국 수출은 50% 넘게 급감했다. 수입도 마찬가지다.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재원인 북한에 대한 투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사실상 봉쇄됐다.

김정은 취임 이후 ‘국가 핵 무력 완성’과 ‘경제 발전’이라는 이원적(two track) 전략을 추구해온 북한으로서는 전자를 토대로 협상력을 높여 생존과 발전을 위한 제재 완화의 필요성이 더 증대됐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성취”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미국도 대외정책에서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구한 ‘전략적 인내’는 미국 국민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에서 종전의 ‘고립과 무시’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개입과 해결’ 노선을 추구했다. 시기적으로는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미국 국민의 의식도 고조됐다. 2016년 2월 갤럽이 벌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16%만이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북한을 꼽았으나 지난 2월에는 51%로 높아졌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승리와 3년 후 재선을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정치·외교적 역량을 입증할 기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핵심 의제는 비핵화 논의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은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북한의 비핵화 달성이, 북한의 경우 김정은 체제 보장과 함께 경제 발전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 제재 완화가 최대 목표다. 남북과 북·미 회담을 통해 미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은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타협점을 모색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에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1차 회담이 있던 2000년대 초에는 정보기술(IT) 거품 붕괴와 같은 변수가 있긴 했지만 초기에 나타난 심리적 효과는 지속되지 못했다. 2차 회담이 열린 2007년에도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안하자 주가와 원화 가치는 소폭 상승했으나 그후 홍수 피해로 회담 연기를 요청하자 급락세로 돌아섰다.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기대도 금융위기 이후 3대 평가사는 특정국을 평가할 때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왔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지정학적 위험 비중을 낮추는 대신 거시경제 위험, 산업 위험, 재무 위험 비중을 높였다. 남북과 북·미 회담에 따라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경제 여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지 않는다.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도 아직까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산출하는 세계지정학적 위험지수(GPR: Geopolitical Risk Index)는 남북한과 북·미 회담 개최가 합의된 이후 큰 변화가 없다. GPR지수는 1900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주요 언론에 △전쟁 △테러 △정치적 갈등 등이 언급된 비중을 종합해 2000~2009년을 기준으로 세계 지정학적 위험이 심화 혹은 완화됐는지를 알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다.

결국 남북 정상회담 자체만으로 금융시장에 기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오히려 협상 기대로부터 비롯된 자산가격 상승과 되돌림 현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비핵화 실행 계획이 마련되고 북한의 이행 성과가 확인돼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축소되고 금융시장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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