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뒷이야기
'12시간 만남' 무슨 일이
청와대, 김정은 건강 고려해
골프 카트까지 준비 검토
北 마술사 만찬장 깜짝 등장
5만원을 100弗로 만들어 문 대통령에 선물하기도
식사 지연에 제면기 고장說도
조용필·현송월 '즉석 듀엣'
[ 박재원/조미현 기자 ]
‘깜짝 월경’부터 ‘평양냉면 돌풍’까지. 지난 27일 오전 9시29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악수로 시작한 ‘12시간 만남’은 숱한 이야기를 남겼다. 청와대는 29일 곳곳에서 일어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 등 회담 뒷얘기를 전했다.
‘김정은 건강’도 세심히
청와대는 김정은의 건강을 고려해 회담 장소이던 판문점에 ‘골프카트’를 준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보 이동이 불가능할 경우 골프카트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걷기로 해 배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첫 방한에 맞춰 평화의집 화장실에도 공을 들였다. 통상 대부분의 국가는 정상들의 용변을 수거해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변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의집 화장실도 김정은이 사용 후 용변을 가져갈 수 있도록 꾸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정은이 이를 이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북측이 호송차량에 전용 화장실을 구비해 판문점으로 내려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배설물을 통해 건강 정보가 유출될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방명록 작성 당시 김정은이 현장에 비치된 펜 대신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전달한 펜을 사용한 것도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한 행동으로 보고 있다.
‘냉면 돌풍’에 빵 터진 만찬장
‘판문점 선언’ 이후 열린 환영 만찬에서는 평양냉면의 ‘선풍적 인기’가 화제가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찬 메뉴 중 평양냉면이 단연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만찬장에는 물냉면과 ‘비빔냉면으로 보이는 빨간색 냉면’ 두 종류가 제공됐다. 정확한 명칭은 알져지지 않았지만 비빔냉면을 ‘쟁반냉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참석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이설주 내외는 모두 물냉면을 택했다. 청와대 측은 “냉면이 나올 때 점심시간에 한국의 평양냉면집이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뉴스가 전달됐다”며 “(참석자들이) 좋아하더라. 순간 그야말로 빵 터졌다”고 떠올렸다.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 제면기가 고장 나 하마터면 옥류관 냉면을 맛보지 못할 뻔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김정은은 평양냉면을 선보이기 위해 직접 제면기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면기 고장설’에 대해 “확인된 바 없다”고 했다. 평양냉면 맛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북한 실무자들이 아쉬워했다는 얘기에는 “모든 행사가 지연되면서 냉면을 준비하는 분들도 경황이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예정보다 40분 넘겨 ‘화기애애’
북한에서 온 마술사가 깜짝 등장해 만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 마술사는 만찬 현장에서 돈을 활용한 마술을 선보였다. 마술사는 본인을 북에서 온 ‘요술사’라고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술사는 참석자에게 즉석에서 받은 5만원짜리 지폐를 가지고 마술을 통해 계속 다른 화폐로 바꾸다가 마지막에 100달러짜리 지폐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에서도 문 대통령은 100달러 지폐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만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후 6시30분 시작해 2시간가량을 예상했는데, 워낙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9시10분에야 겨우 끝낼 수 있었다”며 “어떤 국빈만찬보다 자유로운 얘기들이 오갔고 술잔을 부딪치고 술을 따라주며 통성명을 했다”고 떠올렸다.
김정은도 우리 측 참석자와 술잔을 연이어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김정은이) 술이 세 보이진 않았지만 상당히 많이 마신 것으로 안다”고 전한 뒤 “이설주가 마셨는지는 보지 못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술을 마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곳곳에서 술잔을 돌리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정은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술을 따라줬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이설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송 장관은 두 손으로 술잔을 받았다.
예정에 없던 공연도 열려
평양에서 공연을 펼쳤던 조용필 씨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예정에 없던 ‘그 겨울의 찻집’을 함께 부르며 흥을 더했다. 북한 측 공연에 화답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조용필 씨는 현 단장에게 즉석에서 무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연준 군이 부른 ‘고향의 봄’도 조율되지 않은 공연이었다. 당초 ‘바람이 불어오는 곳’만 부를 예정이었지만 사회자가 추가곡을 부탁하면서 갑작스레 정해진 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노래를 이설주와 김여정 현송월 등이 따라 불렀다”고 했다.
박재원/조미현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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