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제고 위한 자정조치에
무리한 잣대 적용" 강력 반발
회계사회, 법적 대응 검토나서
[ 임도원/하수정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공인회계사회를 담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아파트 회계감사 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가격 담합을 했다는 게 공정위 주장이다. 하지만 공인회계사회는 “아파트 부실감사를 막고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자정 조치에 공정위가 무리하게 법적 잣대를 들이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인회계사회는 법적 대응을 위한 검토 작업에 나섰다.
▶본지 4월27일자 A13면 참조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인회계사회와 소속 상근부회장 윤모씨, 심리위원 심모씨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29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또 공인회계사회에 사업자단체에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최대 액수인 5억원을 부과하고, 중앙일간지에 위반 사실을 공표하도록 하는 시정명령도 내렸다.
아파트 회계감사 논란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당시 아파트 관리비 부정이 사회 문제가 되자 주택법을 개정해 2015년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는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공인회계사회는 기존 아파트 회계감사가 최저가 입찰이나 특정 회계법인 대량 수주 등으로 보수가 매우 낮아 부실감사 원인이라고 보고 아파트당 최소 감사시간을 ‘100시간’으로 정했다. 회계사회는 2015년 1월부터 회원에게 아파트 외부회계 감사 때 최소 감사시간을 준수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아파트 외부회계 감사 보수는 감사시간에 시간당 평균임률을 곱해서 결정되는 만큼 최소 감사시간을 정하는 것은 가격 하한선을 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판단했다. 이는 회계업계의 가격 경쟁을 제한한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2015년 2월부터 조사에 들어갔다.
회계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은 “공정위 처분은 회계 감사의 공공성을 무시한 처사일 뿐 아니라 아파트 부실감사를 막자는 정부 취지를 스스로 뒤엎는 결정”이라며 “법에서 보장한 표준감사시간 취지에도 어긋나는 만큼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가격 담합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된다”며 “최소 감사시간은 오히려 아파트 부실감사를 막아 입주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계업계는 더구나 ‘최소 감사시간 100시간 가이드라인’이 시장 혼탁으로 지켜지지도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부와 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아파트 감사시간은 2015년 81시간, 2016년 72시간, 2017년 66시간으로 줄었다.
금융위원회도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금융위는 올 11월 시행되는 ‘외부감사법 전부 개정안’에 기업의 부실감사를 막기 위해 ‘표준감사시간’을 신설하는 방안을 담았다. 표준감사시간은 기업 특징별로 분류해 적정한 감사시간을 제시하는 것으로, 금융위가 공인회계사회에 위임해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
임도원/하수정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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