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도장 찍는 건 쉽게 배우죠. 18개 나라에서 원투씨엠의 기술을 쓰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신성원 원투씨엠 부사장은 자사의 디지털 도장 기술인 ‘에코스스탬프’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원투씨엠은 설립한 지 5년 만에 매출 150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돌파하며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그동안 SK텔레콤, LB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만 400억원에 달한다.
기술의 장점이 무엇이길래 국내 최대 통신사와 투자사들이 앞다투어 큰돈을 투자했을까. 지난주 기자와 만난 신 부사장은 “원투씨엠 기술의 장점은 단순함에 있다”며 “고객이 사용할 때도 기업이 도입할 때도 모두 간편하다”고 강조했다.
원투씨엠의 에코스스탬프는 커피숍, 식당 등의 소매점에서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디지털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마치 종이쿠폰에 도장을 찍는 것처럼 사용자의 스마트폰 화면에 에코스스탬프를 찍으면 된다.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매장 방문객과 직원 모두 사용하기 쉽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에코스스탬프의 원리는 스마트폰의 ‘패턴 잠금’ 방식과 비슷하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이 도장에 담긴 특정한 정전기 패턴을 스마트폰의 터치패널로 인식해 인증한다. 도장의 패턴은 매장을 구분하는 신분증이자 비밀번호 역할을 한다. 패턴이 스마트폰에 입력되면 클라우드로 구축한 원투씨엠의 시스템 내에서 결제·인증 등의 절차를 처리한다. 근거리무선통신(NFC)이나 블루투스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어떤 스마트폰이라도 사용 가능하다.
에코스스탬프의 장점은 충전이나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과 연동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도장은 패턴을 입력하는 단순한 역할만 하므로 기계적 장치가 없어 충전할 필요가 없다. 도장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어 POS가 없는 매장이나 야외 행사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신 부사장은 “일본 배스킨라빈스에 에코스스탬프를 도입할 때는 4일 만에 시스템 도입을 완료했다”며 “복잡한 절차 없이 사용 가능한 게 에코스스탬프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원투씨엠은 디지털 도장 기술로 해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2016년 SK텔레콤과 합작해 ‘원투씨엠글로벌’을 세우고 아시아 지역과 미국·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한국, 대만, 일본, 태국을 비롯한 18개 국가, 51만개 가맹점에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 수익원은 기술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받는 라이선스비다. 주요 고객사로는 일본 야후 그룹, NEC그룹의 계열사인 NESIC, 일본 최대의 유료 쿠폰 사업자인 기프티, 대만 2위 통신사업자 타이완모바일 등이 있다. 신 부사장은 “기술 경쟁이 치열한 국내보다 경쟁이 덜한 해외 시장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이달 초엔 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했다.
원투씨엠은 신 부사장과 한정균 원투씨엠 대표가 2013년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신 부사장은 원투씨엠 창업 전 웹 에이전시 클라우드나인의 경영자였다. 기업을 대상으로 인터넷 비즈니스 전반에 컨설팅하고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는 사업이었다. 국내서 250개의 기업 웹사이트, 5개의 인터넷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수익성이 좋지 않아 결국 2012년 사업을 접었다.
“사업을 접고 고민할 때 당시 티에이네트웍스를 운영하던 한정균 대표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디지털 도장 개발 프로젝트에 함께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원천 기술만 보유하면 세계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 사업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원투씨엠은 향후 전세계에서 모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사업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 부사장은 “매일 100만건 이상 쌓이는 결제 정보를 활용해 제휴사와 연계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며 “2020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사업을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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