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눈 부릅뜨고 있다"
"그들의 약속·말 안 믿어…구체적 행동 바라고 있어"
볼턴, 첫 언론 인터뷰
"핵·미사일 모두 폐기하는 리비아식 모델 생각하고 있다"
美전략자산·비핵화 연계설에 "우린 그런 얘기한 적 없다"
[ 워싱턴=박수진 기자 ]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팀의 대북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對)북한 강경파’로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9일(현지시간) 나란히 북한에 실질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를 ‘핵추진 항공모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배치 중단’으로 확대 해석하는 한국 내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북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곧이곧대로 믿지 않을 것”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 ABC 방송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3월31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향후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관련 시설과 능력의 불가역성을 협상의 최대 관심사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복구가 불가능한 완전한 폐기를 강조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그는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거쳐 지난 26일 국무장관에 취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과의 과거 실패한 협상의 역사를 거론하며 “우리는 역사를 알고 위험부담을 알기 때문에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며 “우리는 ‘불가역적’이라는 말을 매우 중요한 의도를 갖고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미·북 회담에서) 비핵화가 달성되리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이런(불가역적인) 조치들을 (북한에) 요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에는 제재 완화 등 부분적 보상이 없을지에 대해서도 “이 행정부가 매우 분명한 입장을 취해왔듯, 우리는 북한의 핵 제거를 설득하는 데 그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의 약속과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을 것이고 조치와 행동을 바라고 있다. 그게 (과거와)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내달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도 보였다. 그는 “나의 (방북)목적은 (비핵화) 성취에 대한 기회가 있는지를 타진하며 알아보려는 것이었다”며 “(진짜 그런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맡긴 분명한 임무가 있었고, 내가 (북한을) 떠날 때 김정은은 이 임무를 정확하게 이해했다”고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외교적 해법이 실패했을 때 군사옵션이 실행될지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분명히 해왔듯 우리는 김정은이 미국을 계속 위협하도록, 미국민을 위험에 처할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北 핵보유국 인정 못한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에 대해 비핵화에 완전한 검증 없이는 제재 완화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 9일 백악관에 입성한 뒤 이날 첫 언론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그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 시설을 공개 폐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서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선전이 아니라 진지한 약속”이라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및 CBS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양보하기 전에 북한이 핵무기와 핵연료, 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것이 비핵화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3~2004년 리비아의 핵 협상 모델을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며 “리비아와 똑같을 필요는 없겠지만 그것(북한 비핵화 검증)은 탄탄하고 실질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핵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것을 국제적인 완벽한 검증과 완전히 공개하는 것, 그리고 리비아처럼 미국과 다른 조사관들이 검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 또는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미군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가 연계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우리는 분명히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번 판문점 선언도 일련의 남북 합의의 맥락에서 볼 수 있는데 1992년 남북 공동선언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남북에 대한 것을 의미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더라도 전략 핵무기를 동원한 한·미 연합훈련은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의 종전(終戰) 및 불가침 약속이 있으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김정은 발언에 대해서는 “북한으로부터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우리가 기회를 추구하는 데 긍정적이어야 하지만, 어떤 구체적인 증거를 볼 때까지 수사(말)에 회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리비아식 vs 이란식 해법
리비아식 해법이란 선(先)비핵화 후(後)보상 방식을 말한다. 리비아는 2003년 12월 스스로 핵을 포함한 대량 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했고 미국은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대부분 해제했다.
이란식 해법이란 단계적으로 비핵화하는 대가로 단계적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이란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게 아니라며 5월12일까지 협정 개정 또는 폐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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