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 경제부 기자) 배숙자를 아십니까? 평택 등지에서 짐을 싣고 배로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 무역상을 말합니다. 노숙자에다 ‘배’에서 먹고 잔다고 하는 의미를 담았지요.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배에서 생활하는 60~70대 노년층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이들 숫자는 최소 수 천명에 달합니다.
배숙자 문제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보따리상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으나 밀수 통로로 활용돼 온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정부는 보따리상의 수입품 반입 제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과거 1인당 들여올 수 있는 한도가 200kg(자가면세한도)일 때가 있었지만 이를 70kg, 50kg 등으로 낮춘 데 이어 올해 1월부터 40kg으로 강화했습니다.(현재 자가면세한도를 추가로 낮추는 관세법 개정안이 계류 중입니다.)
윤이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장에 따르면, 배숙자들이 한 번 중국을 왕래하면서 얻는 수입은 10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뱃삯에다 식비 등을 뺀 거지요. 중국이 한국 화장품 등의 반입을 금지하면서 수입이 과거에 비해 확 줄었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배숙자들의 면세 한도를 대폭 줄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농어촌단체가 대표적이죠. 보따리상들이 한국에 반입하는 물품 중에는 고춧가루 마늘 등 농산품이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배숙자들이 들여오는 농산물에 대해선, 검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배숙자를 무작정 단속만 할 수 없는 사정이 또 있다고 하네요. 윤이근 서울세관장은 “보따리상들이 국내에서 생산한 각종 기계부품 등을 중국으로 가져가 유통시키는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수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경기도와 평택시가 “보따리상이 민간무역 활성화에 기여한다”며 터미널 내에 사무실까지 차려준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배숙자들도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끝) /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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