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기준이 뭔가요" 항변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입력 2018-05-03 08:54   수정 2018-10-25 13:02



(전예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동네방네 협의해서 사기를 치는 사람이 어디있습니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 2일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이렇게 항변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리 결과 ‘회계 사기(고의적 분식회계)’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날 금감원이 잠정 결론이라고 발표한 ‘회계 위반’보다 훨씬 제재 수위가 높아진 겁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의 결정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무(CFO)는 ‘회계 사기’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통보받은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간담회를 하기 전에도 금감원으로부터 간담회만 하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회계 사기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 남은 절차가 있는데 분식회계로 최종 판결이 난 것처럼 비춰질까 우려한 탓입니다. 분식회계는 고의성이 입증돼야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도적으로 회계 처리를 변경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이유로 국내 회계법인과 회계전문가들의 검토를 수차례 받았다는 점을 피력했는데요.

윤 상무는 “상장이라는 엄격한 과정을 거쳐 힘들 정도로 많은 리뷰를 했고 바이오에피스의 지분법 평가는 수십번 들여다봤다”며 “우리가 독단적으로 판단한게 아니고 회계법인의 의견과 국제기준에 따라 처리한 문제를 사기라고 하면 이제 어디가서 누구와 같이 일을 해야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대표 회계법인들과 여러차례 협의해서 진행한 것을 사기라고 하면 대한민국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라는 용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약품을 만드는 일인데다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고객사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 신뢰가 중요한 사업입니다. 특히 글로벌 제약바이오회사들은 윤리 규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요. 윤 상무는 “개인도 사기를 쳤다고 하면 신용을 회복하기 힘든데 분식회계는 회사가 7년 간 노력해 쌓아온 평판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은 윤리 규정에 어긋나는 회사에 투자를 못하게 돼있어 추가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진행될 감리위원회 심의와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의결에서 입장을 충실히 소명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회계 사기, 분식회계 기업 논란에 휘말린 이상 땅에 떨어진 신뢰도는 회복하기 쉽지 않아보입니다. 남은 절차에서 금감원의 결론이 뒤바뀔 수도 있는만큼 ‘사기 기업’으로 매도하기보다는 앞으로 벌어질 공방과 새로운 밝혀질 사실에 주목해야할 때입니다. (끝) /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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