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이 활발하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를 넘어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 지역에서 '제 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신남방정책'과도 맞물려 은행권의 동남아 진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 인니 현지법인 탄력…우리, 동남아 네트워크 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를 추진해 현지은행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 미트라니아가(Mitraniaga) 은행과 조건부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아그리스(Agris) 은행과 주식인수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기업은행은 올 하반기께 아그리스 은행과 미트라니아가 은행 모두 인수 승인을 받을 경우 통합해, 최대 99%의 지분을 보유하고 현지법인을 세울 예정이다. 내년에는 베트남 호치민 및 하노이 지점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할 목표를 갖고 있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해외 지점 수가 많지 않다. 올해 3월 기준으로 기업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11개국, 27개에 불과하다. 100~300개에 이르는 시중은행과 격차가 꽤 큰 편이다. 이에 '동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을 경영화두로 삼고,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도 최근 직접 미얀마 양곤사무소와 캄보디아 프놈펜사무소를 방문하는 등 동남아 진출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동남아 현지법인화 전략을 가장 먼저 추진한 곳이다. 2014년 12월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을 인수하며 현지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을 출범시킨 것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여신전문금융사 말리스, 필리핀 저축은행 웰스뱅크를 연달아 인수해 각각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 우리웰스뱅크필리핀을 세웠다. 2016년 베트남에서는 현지법인(베트남우리은행)을 신설했다.
우리은행의 동남아 지역 점포수는 현재 240개(양곤사무소 1개, 미얀마 따콘지점 포함)에 달한다. 우리은행 전체 해외 지점(25개국, 302개) 수의 80%에 달하는 수준으로, 시중은행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점포수다. 우리은행은 올해 말까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영업점 수를 확대해 올해 말까지 약 5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측은 "부동산 담보대출, 우량고객 신용대출, 할부금융, 신용카드 등을 현지화 해 현지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확대된 영업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글로벌 리스크 관리 역량을 제고하는 등 질적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외국계 1위 신한·인니 현지화 전략 성공한 하나
신한은행은 베트남지역에서의 탄탄한 입지를 바탕으로 올해 동남아 네트워크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1993년도에 베트남에 발빠르게 진출한 후 2009년 베트남 현지법인으로 설립된 신한베트남은행'을 통해 지난해 12월 안츠은행(ANZ Bank)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했다. 총자산 33억달러, 신용카드회원 24만명, 총고객수 90만명, 임직원 1400여명에 달하는 베트남 내 외국계 1위 은행으로 올라선 것이다.
신한은행은 "리테일 대출고객의 99% 이상이 현지인으로, 현지화 영업의 성공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며 "올해 베트남에 개점할 예정인 4개 지점을 포함해 총 30개 영업점을 확보해 호치민, 하노이 지역에서 현지 은행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중견은행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신한은행이 아시아 유망시장 내 현지 업체를 인수합병(M&A) 또는 지분투자하는 인오가닉(Inorganic)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앞서 2016년에는 신한인도네시아은행(BSI)과 인도네시아 센트라타마내셔설은행(CNB)을 성공적으로 합병시키기도 했다.
현재 신한은행은 글로벌 전체 20개국 158개 네트워크(11법인·14지점·1사무소)를 보유중이며, 동남아지역은 6개국, 94개 네트워크(3법인·3지점)를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법인은 각각 베트남(26지점) 인도네시아(60지점) 캄보디아(5지점)이며, 싱가폴 양곤 마닐라에 지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동남아 지역에서 추가적인 M&A를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대상을 검토하고 있으며'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추진,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뱅크로 도약하기 위해 2020년까지 글로벌 손익비중을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의 현지화 전략이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07년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빈탕 마눙갈' 은행을 인수한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60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직원 가운데 현지인 직원이 99%를 차지하고 있다. 현지 고객의 비중도 90%에 육박하고 있어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현지 '톱(Top)20 은행'을 진입할 목표로 M&A에 적극적이다. 특히 다양한 제휴를 통해 비은행 금융 부문을 확대하고 인도네시아 핀테크 영역에 대한 선제적인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모바일 이용 인구가 대폭 급증하면서 핀테크 사업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베트남, 필리핀에 각각 2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얀마에는 현지법인을 통해 4개의 자체 지점을 보유중이다. 향후 M&A 및 현지 유수의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동남아 지역의 진출 범위를 확대하고 성장 모멘텀 및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하나금융그룹은 글로벌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2025년까지 그룹 내에서 글로벌 세전이익 비중을 최대 40%까지 증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B국민 'Liiv'로 온오프라인 동시 확장·후발주자 농협도 잰걸음
지난달 초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캄보디아 미얀마를 연달아 방문하며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과 성장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은행은 2009년 4월 현지법인 'KB캄보디아은행'을 설립하고 총 4개의 영업점을 운영중이다. 자체 육성한 현지 직원을 지점장으로 임명, 국민은행의 금융기법과 현지 금융관행을 접목시키는 전략을 펼친 결과 영업실적 증대(2년간 대출금 2배 성장)라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민은행은 올해도 프놈펜 내에 신규 지점을 추가 개설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캄보디아에서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 확장을 동시에 추진해 현지 금융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6년 9월 디지털뱅크 플랫폼인 '리브(Liiv) KB 캄보디아'를 출시했으며 현재까지 약 3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타행송금이 어렵고 모바일로 결제하는 인프라가 부족한 현지 사정을 고려해 기본적인 금융서비스(송금·현금인출·계좌입금·결제 등)를 오프라인을 거치지 않고 바로 모바일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는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국민은행은 '리브 KB 캄보디아'를 미얀마, 베트남 등 주변국가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설립된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에서는 총 4개의 영업점이 운영중이다. 1년만에 2만2000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성과를 이뤘으며, 올해는 일반 소액대출·주택자금대출이 결합된 사업모델을 통해 경제수도인 양곤과 행정수도 네피도 지역에서 영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베트남에선 호치민 지점의 자본금 확충을 통해 기업금융 기반을 강화하고, 2011년 설립된 하노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타 은행에 비해 늦게 해외 진출을 추진중인 NH농협은행도 최근 캄보디아 진출을 추진중이다. 캄보디아는 2차 산업이 없는 농업중심 국가로, 경작가능 면적이 넓고 수자원이 풍부해 농업 생산 잠재력이 큰 나라라는 배경에서다.
이에 농협은행은 서민·농민을 대상으로 한 금융서비스 진출을 통해 사업기반을 확충하고 향후 농기계사업, 농자재 판매, 농업유통망 구축 등 금융·생산·유통 사업을 연계해 한국농협의 성공모델을 현지에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현재 인도네시아와 함께 캄보디아에 주재원을 파견하고 있으며, 2분기내에는 현지 소액대출기관 인수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캄보디아 진출을 기대하는 이유는 앞서 2016년 12월 설립한 미얀마 법인(농협파이낸스 미얀마)이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농협은행 미얀마 법인은 사업 2년차인 올해 이미 고객수 2만명을 돌파했다. 향후 농기계 금융사업 등 농업 관련 특화사업을 접목할 경우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농협은행은 '동남아시아 농업금융 슈퍼그리드 구축'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농업국을 중심으로 농협만의 강점인 '농업금융' 노하우를 적용하고, '상업금융+농업금융'이라는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 측은 "당행은 과거 고질적인 농촌고리채 문제를 해소한 농업금융의 핵심역량과 한국 농업·농촌의 발전을 이끈 영농지원, 생산·유통·판매시스템구축 등의 성공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현지 특화 사업모델을 발굴·접목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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