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히 한 번 사고친 것일 뿐"
[ 이관우 기자 ] ‘플라잉 덤보’ 전인지(24·KB금융그룹·사진)는 머리를 질끈 묶고 골프를 쳤다. 어깨를 덮을 만큼 긴 생머리가 소녀 같다며 좋아하는 팬이 많다. 정작 본인은 “경기에 집중하기 좋은 머리 스타일”이라며 줄곧 긴 생머리를 고수해왔다.
그랬던 전인지가 긴 생머리를 싹둑 잘라내고 쇼트커트를 했다. 3일 미국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LPGA아메리카볼런티어스텍사스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 출전을 앞두고서다. 긴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심기일전’의 의미일까.
그는 지난달 11일 하와이에서 열린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고 기권했다. 허리 통증도 나았고, 새 스폰서도 찾았으며, 스윙 교정도 대략 완성된 시점이었다. 그런데 예상 못한 고열이 사흘 내내 그를 괴롭혔다. 한국에서 원정 응원간 팬클럽 회원들은 아쉬움과 걱정을 뒤로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인지의 침체가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던 대목이었다.
통산 2승을 기록 중인 전인지는 지난해 준우승만 다섯 차례 했다. 이번 시즌에도 한 차례 ‘톱10’에 진입한 것을 제외하고는 신통치 못한 성적표를 잇달아 받아들었다. 그나마 10차례나 열린 대회 중 절반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샷감이 나쁜 건 아니다. 페어웨이 안착률 8위(81.51%), 그린 적중률 5위(76.14%),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도 16위(1.77개)다. 우승이 언제든 가능한 지표들이다.
3주 만의 출전인 이번 대회는 전인지에게 의미가 크다. 돌파구는 준우승이 아니라 우승이다. 갑작스러운 헤어커트와 우승에 대한 갈망을 연결짓는 팬이 많은 까닭이기도 하다. 전인지는 “쇼트커트는 여러 해 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망설였었다”며 “과감히 한 번 사고친 것일 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3년 전 머리를 짧게 자른 백규정은 “꼭 무슨 이유가 있어야 머리를 자르진 않는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단순한 의도로 바꿀 때도 많다”고 거들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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