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이승훈 논란 지켜본 김지유, 평창 악몽 딛고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설욕'

입력 2018-05-04 09:09  

심석희 이어 2위로 국가대표 선발전 '설욕'
김보름 이승훈 선수 국민청원 논란 보며 안타까워
평창올림픽 후보 머물렀던 아픔 딛고 재도약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메달 기대해 주세요"





2018년 2월,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지 어느덧 2개월 여가 지났다. 우리나라는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 총 17개의 메달을 획득, 종합순위 7위에 오르며 역대 최고 성과를 냈다. 하지만 노선영 선수 왕따 논란과 김보름 선수의 눈물 인터뷰로 큰 홍역을 치르며 빙상계에 뿌리깊게 박혔던 파벌싸움의 민낯이 드러나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평창올림픽의 명과 암을 눈물을 삼키며 지켜본 쇼트트랙 선수가 있다.

2017 삿포로 아시안 게임 계주 금메달 등 빼어난 기량에도 불구, 지난해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대표팀 선발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던 한국 쇼트트랙의 신성 김지유(콜핑팀) 선수.

김지유는 지난 달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 에서 심석희에 이은 종합 2위로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까지 차지한 김지유가 완벽한 기량으로 대표팀에 복귀한 것이다.

1999년 생, 올해 만 18세인 김지유 선수를 지난 4월 30일 사옥에서 만나봤다.


▲다음은 김지유 선수와의 일문일답



- 기량이 특출난데 평창올림픽 때 후보군에 머물러야 했다. 쇼트트랙에서는 심석희와 최민정이 넘어지며 1000m 메달 획득에 실패했는데

제가 기대했던 평창올림픽에 출전을 하지 못하게 된 걸 알고 가족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열심히 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 같다.

최민정 선수와는 어릴 때부터 라이벌이라 잘 알고 심석희 선수와는 2016~2017시즌때 같이 훈련하면서 가까워졌다. 두 선수 모두 응원했는데 넘어졌다고 해서 정말 아쉬웠다. 한편으로는 "내가 출전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조금 있었다. 운동선수들이라면 다같은 마음일 것이다.


- 지난해 특별히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 하는데

발목을 다쳤는데 수술을 세 번이나 하게 되면서 막막했다. 올림픽 선발전에 떨어졌는데 부상까지 당하고…한동안 우울했다. 그런데 치료도 잘됐고 가족의 격려 덕분에 지금은 괜찮다. 아직 기회가 많으니까 앞으로 부상에 주의하고 몸관리도 잘하면서 이어질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 처음 쇼트트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는 오빠가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걸 보고 '나도 시켜달라'고 조르면서 스케이트를 타게 됐다.

운동을 하다 너무 힘들땐 그만두고 싶다고 투정을 부릴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 그만둬도 좋아"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왠지 오기가 생겨서 그만둘 수가 없더라(웃음). 더 이를 악물고 열심히 연습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어떨때 보면 운동이 체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힘은 들지만 정말 재미있다. 그러다보니 고등학교 1학년때 국가대표가 됐다.


- 국가대표로서 평소 운동이나 식단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선수촌 들어가면 운동하고 먹고 자는 생활의 반복이다. 새벽 5시 반부터 오전 8시까지 새벽운동을 한 뒤 밥 먹고 오침을 하고 오후 1시 반부터 6시 반까지 또 오후 운동을 한다. 그리고 저녁을 먹은 다음, 야간 운동은 할 사람은 하고 쉴 사람은 쉰다.

선수촌에서는 할 게 운동 밖에 없다. 그래서 운동량이 많다. 내가 제일 힘들어 하는게 400미터 트랙 10바퀴를 도는거다. 바퀴가 추가될 때마다 앞 레이스 기록보다 좋아야 훈련을 통과하는 살인적인 훈련이다(웃음).

내가 가장 잘 달릴 수 있는 적정 체중을 알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을 할 땐 많이 먹지만 체중관리 들어가면 적게 먹으려 노력한다. 적게 먹는다 해도 물론 일반 여자들보다는 많은 양이다.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2인 세트를 시키고도 부족해서 버거를 추가한 적이 있다.

시즌 때는 먹고 싶은 걸 못 먹기 때문에 치킨이나 떡볶이 등이 특히 당긴다.


-스트레스가 쌓였을때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뷰티에도 관심이 많아서 비시즌에는 뷰티 관련한 유튜브 동영상을 많이 보며 따라해 본다. 예능 프로그램도 자주 보고 연예인의 화장법을 연습해 보기도 한다. 시간이 날 때면 뷰티 제품들 쇼핑하기도 하고 평범한 20살 여성들처럼 연예인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그렇게 지낸다. 유행하는 아이돌보다 배우 강동원을 좋아한다. 서강준과 탑도 좋아하는데 생각해보니 음악은 빅뱅만 좋아하는 것 같다.


-지난 평창올림픽 때 김보름 선수가 논란이 되기도 했고 이승훈 선수 특혜 논란도 있었는데

김보름 선수는 평소 인사하면 잘 받아주기도 하고 좋은 언니라고 생각했다. 노선영 선수가 한참 뒤쳐져서 들어올 땐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됐지만 논란이 커지고 국민청원까지 하고 그러는 모습을 보니 그때는 굉장히 무서웠다. 선수들을 응원해주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면 우리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얼마 후에는 이승훈 선수 메달 박탈 청원도 있고 했는데 열심히 노력한 선수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이승훈 선수는 선수들 사이에서 평이 원래 좋았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직접적으로 어울릴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후배들 잘 챙겨주는 선배로 알려져 있다.

김보름 선수도 그렇고 이승훈 선수도 그렇고 늘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 나중에 자녀가 쇼트트랙을 하겠다고 한다면?

쇼트트랙이 인기를 끌면서 시키는 분들이 많다는 말은 들었는데 각오가 단단히 돼 있어야 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올림픽에서 메달 따는 건 화려해 보이지만 많이 힘들고 그 과정에서 비용도 많이 든다. 저희 아빠도 항상 제가 힘들까봐 여러가지로 신경을 써주시고 엄마도 훈련 픽업 등 뒷바라지를 하느라 늘 고생이 많으신 걸 알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 크지만 힘들면 투정을 편한 엄마한테만 부리게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만약 내가 아이에게 운동을 시킨다면 수영이나 테니스처럼 프로팀이 있는 종목을 시키고 싶다.


-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김지유 선수의 세리모니를 볼 수 있을까

국내 선발이 치열해서 해외 선수권보다 더 힘들다는 말도 있었는데 요즘은 외국 선수들도 기량이 너무 좋아져서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평창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며 느꼈던 좌절만큼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계파 싸움으로 쇼트트랙 계가 시끄럽지만 내 기량이 탁월하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논란을 잠재울 만큼 탁월한 기량으로 베이징 올림픽 때는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 쇼트트랙 앞으로 더욱 사랑해 주시고 기대주 김지유 또한 주목해 달라.



▲김지유 선수 수상 기록
-주종목 쇼트트랙 1000m, 1500m
-2016 릴레함메르 청소년올림픽 계주 금메발
-2016 릴레함메르 청소년올림픽 1000m 금메달
-2017 로테르담 세계선수권 500m 동메달
-2017 삿포로 아시안 게임 3000m 계주 금메달
-2018 토마슈프마조비에츠키 주니어 세계선수권 1500m 금메달
-2018 토마슈프마조비에츠키 주니어 세계선수권 1000m 금메달


이미나 ·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사진 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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