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쓰는 이유는 회사와 노조에 대한 불신 탓이죠."
"'가면 집회'조차 노사가 계획한 것이 아닌지 하는 시선이 많다."
"3개 노조위원장들 사퇴하고 재신임부터 받는 게 먼저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4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제1차 광화문 촛불집회'를 연다.
집회를 주최한 익명의 대한항공 직원은 지난 2일 종로경찰서에 집회 신고(예상 참가 인원 100명)를 냈고,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일반시민들까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500명 이상 집회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번 집회 역시 노사가 계획해 진행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익명의 제보들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자 노사가 나서서 계획한 집회라는 게 이들 직원의 의구심이다.
'대한항공 촛불집회'는 집회 참가자들이 각종 가면과 마스크 그리고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신분을 숨길 예정이다. 대한항공 유니폼이나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 등 회사 측이 집회 참석자를 색출해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고육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한항공 직원은 이 같은 '가면 집회'를 두고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직원들의 안위를 보장해 줘야 할 노조가 없는데 가면을 쓰고 나갈 직원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대한항공의 노동조합은 대한항공노동조합, 조종사노동조합, 조종사새노동조합 등 3개다. 조종사새노조는 조종사노조에서 탈퇴한 경력직 출신 조종사들이 중심이 돼 2012년에 탄생한 노조다.
이 직원은 "조양호 총수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가면을 쓰고 나가자'고 요구한 직원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오가는 분위기"라며 "직원들끼리는 '가면쓰고 나가면 모르겠냐' '누가 나오는지 다 알게 될 것이다' '가면을 쓴 집회가 정말 결의에 찬 행동일까' 하는 불신이 팽배하다"라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촛불집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힌 또 다른 직원도 "조종사새노조가 생긴 배경도 종전 조종사노조에서 경력직 출진 조종사들의 파업 강도가 높아지자 소위 '어용 노조'로 바꾸기 위해 나온 노조로 대부분 알고 있다"며 "3개 노조에 대한 불신임이 커진 데다 직원들의 불만까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면서 익명으로 제보되는 수위가 높아지자 진행된 집회 같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일반 직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현직 노조위원장의 일괄 사퇴와 간선제(간접선거)가 아닌 직선제를 통해 뽑힌 노조 집행부"라며 "직원들의 신분을 보호해 주는 것은 '가면'이 아니라 '노조'가 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당장 노조 집행부 선출이 어렵다면 3개 노조 집행부에 대한 재신임부터 받는 것이 '가면 집회'보다 먼저 진행돼야 맞다는 게 이들 직원의 주장이다.
대한항공의 3개 노조 중 대한항공노동조합은 간선제로, 대위원의 추천을 받아 노조위원장이 선출된다. 조종사노동조합과 조종사새노동조합은 직선제로 위원장이 뽑히고 있다.
한편, 남북정상회담 당일(4월27일) 열린 대한항공 노조 집회(조종사새노조 불참) 시 사측은 대한항공 본사 옥상과 인근에서 집회 현장 등을 카메라로 촬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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