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화장품 매출 270% 증가
어린이 메이크업숍 예약 매진
키덜트족은 피규어 수집
장난감 매장 어른들 '북적'
[ 조아란 기자 ] “엄마, 요즘 누가 동물원을 가? 나 뷰티살롱 갈래.” 직장인 김서영 씨(38)는 지난 주말 5살 된 딸아이와 서울 강남의 뷰티살롱에 다녀왔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네일아트, 페디큐어, 마사지, 족욕 등을 서비스해주는 업체다. 김씨는 “나도 결혼할 때 빼고는 못 가본 뷰티살롱을 가자고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어린이와 어른들의 바뀐 놀이 문화가 가정의 달을 맞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어른을 흉내 내는 어린이들(어덜키즈)은 쇼핑과 멋내기를 즐기고, 아이가 되고 싶어 하는 어른들(키덜트)은 장난감과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모습이다.
◆“동물원 말고 헤어숍 갈래요”
여자 어린이 사이에선 뷰티살롱 체험과 화장품이 인기다. 어린이용 메이크업이나 손 마사지 서비스를 3만~5만원에 제공하는 업체가 부쩍 늘었다. 아이들이 직접 고른 천연입욕제로 풋스파를 하는 뷰티살롱 ‘슈슈앤쌔시’ 관계자는 “어린이날을 전후로 3주간 예약이 매진됐다”고 전했다.
선물로 화장품도 각광받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에선 최근 1주일(4일 기준) 동안의 ‘유아 화장품’ 매출이 전월 동기보다 269% 급증했다. 50% 이상의 성분이 물인 매니큐어, 알코올 성분이 최소화된 네일 리무버, 저자극으로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쿠션팩트 등이 인기 어린이 전용 화장품이다. 주부 신현주 씨(33)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가 화장품을 갖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고 저가 로드숍 제품을 몰래 사더라”며 “어차피 화장할 거라면 자극이 적은 걸 써야 한다고 생각해 메이크업 세트를 사줬다”고 말했다.
남자아이들에게는 유아용 전동차가 주목받는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만든 고급 전동차는 ‘유아용 전동차계의 벤츠’로 꼽힌다. 실제 수입차용 부품이 다수 사용되고,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어 유튜브 등을 볼 수도 있다. 유아용 차 제조사 관계자는 “지난 3월에 내놓은 신제품은 정상가가 125만원인데 출시 한 달여 만에 2000대 이상이 팔려 적잖이 놀랐다”고 말했다.
◆키덜트족 “어린이날 아닌 어른이날”
일부 성인에게는 가정의 달이 조립완구나 피규어 수집에 집중하는 시기다. 키덜트족이 최근 찾는 제품은 덴마크의 레고, 홍콩의 핫토이, 일본의 반다이 등이다. 직장인 황모씨(29)는 “연휴를 즐기기 위해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 레고 제품을 60만원에 질렀다”며 “레고에 500만원, 1000만원씩 쓰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용산 아이파크몰의 키덜트매장 토이앤하비는 최근 방문객이 급증했다. 1652㎡(500평)에 키덜트 브랜드 18개가 입점해 있어 가정의 달을 맞아 어른용 장난감을 보려는 성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염창선 아이파크몰 과장은 “키덜트족들은 어린이날을 ‘어른이날’로 부르기도 한다”고 전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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