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천연 재료 찾아 지구 16바퀴"… 철학·열정 있는 기업은 달랐다

입력 2018-05-06 17:26  

김기만 중소기업부 기자

'신뢰와 정직'의 유한양행
"건강기능식 새 역사 쓰겠다"

홍연우 라이스블록 대표
중3때 학업 포기하고 떡 개발

국내 4위 가상화폐 거래소
"믿을 수 있는 시스템이 생명"



[ 김기만 기자 ]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에 있는 유한양행 계열 뉴오리진 플래그십스토어 취재. 점심식사 후 수원으로 출발. 가래떡 온라인 판매업체 라이스블록 취재한 뒤 서울로. 남북한 경제협력 관련 미팅 후 역삼동으로. 오후 7시 가상화폐거래소 고팍스와 블록체인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팀잇이 주최한 콘퍼런스 참석.

지난 3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모든 일정을 마친 시간은 오후 9시. 11시간 동안 교환한 명함만 수십 장.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피곤할 만도 했지만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하나의 단어가 선명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철학’이었다. 기업의 철학 말이다.

뉴오리진 플래그십스토어를 찾은 이유는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가 최근 인터뷰에서 말한 ‘본질’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매장 입구에는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지금까지의 푸드를 건강한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릴 때까지 푸드의 오리진을 다시 쓰다”라고 써붙여 놨다. 그들의 ‘철학’이다. 뉴오리진이란 브랜드를 출범시키기 위해 335명의 전문가가 2년여간 준비했다. 16개 국가에서 천연 재료를 찾았다. 7만7760시간 동안 66만9733㎞를 다녔다고 했다. ‘신뢰와 정직’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유한양행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오후 방문한 라이스블록은 온라인으로 떡볶이 떡과 양념 등을 파는 회사다. 1999년생인 홍연우 대표는 “라이스(쌀)를 블록으로 삼아 세상의 모든 음식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설립했다”고 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13년부터 학업도 포기하고 떡볶이 떡을 개발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치킨집 한쪽에서 시작했다. “떡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쌀, 수분 함유량, 온도, 습도 등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최고의 떡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일반 소상공인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가 가진 떡에 대한 신념 때문인 듯하다. ‘20년 뒤 홍 대표와 라이스블록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서울로 올라왔다.

마지막 일정은 국내 거래량 기준 업계 4위인 고팍스와 스팀잇이 공식 파트너십을 맺는 행사 취재였다.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의 이준행 대표를 행사장에서 만났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맥킨지 컨설턴트로 일했다. 이 대표는 “가상화폐가 투기 수단으로 인식되는 것이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일반인이 블록체인을 접하는 첫 번째 관문이 가상화폐거래소”라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블록체인 기술이 첫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신뢰는 절대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전자지갑에 접근할 때 시스템이 무작위로 몇몇에게만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을 썼다.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 가상화폐, 그리고 신뢰가 이 대표 머릿속에 하나의 선으로 연결돼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떠올렸다. 인터넷 서비스업체가 수백 개 등장한 2000년께 그는 “인터넷 서비스는 브랜드나 마케팅보다 퀄리티가 중요하다. 소비자가 경험해보고 당장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네이버는 이후 독보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됐다. 그의 철학이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중소기업을 취재하며 “제2의 이해진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취재한 기업이 10년, 20년 뒤 네이버처럼 성장해 있기를 바라면서. 그런 존속과 성장의 첫 번째 조건은 어쩌면 기업인의 철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바쁜 하루였다.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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