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홀 7m 버디 퍼트로 승기
시즌 첫승 눈앞에 둔 이다연
멘탈 무너져 더블보기 범해
日 메이저 포기하고 한국行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대회
1초도 고민 않고 출전 결정
사상 첫 4연패도 노려볼 것"
매일 달걀 한 판씩 먹고
힘 키워 '달걀 골퍼' 별명
[ 조희찬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 최종라운드 17번홀(파4). 약 7m 거리의 내리막 경사를 앞둔 김해림(29·삼천리) 앞에 ‘승리의 여신’이 미소짓고 있는 듯 보였다. 이 홀은 427야드의 긴 거리와 까다로운 그린으로 대회 내내 선수들의 타수를 앗아간 곳이다. 그러나 퍼터를 떠난 그의 공은 망설임 없이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버디 한 방으로 되레 여유를 가져야 할 선두 이다연(21·메디힐)이 무너졌다. 3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더니 1m가량의 보기 퍼트마저 홀 옆으로 보냈다.
통산 6승 중 절반을 같은 대회서 ‘수확’
‘달걀 골퍼’ 김해림이 또 한 번 ‘치킨 기업’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그는 6일 강원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총상금 5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몰아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207타를 기록해 공동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해림은 2016년과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같은 대회 3연패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이는 고(故) 구옥희와 강수연(42), 박세리(41)만이 경험했다. 2002년 강수연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3연패를 달성한 뒤 16년 동안 나오지 않을 정도로 보기 드문 기록이다.
김해림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가 주 무대지만 이번 기록을 위해 같은 기간 열린 메이저대회 살롱파스컵을 포기하고 한국에 왔다. 우승으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고 KLPGA 투어 개인 통산 6승째를 신고했다.
김해림은 이 같은 대기록을 앞두고 “일본에서 이번주에 첫 메이저대회가 열리는데 단 1초의 고민도 하지 않고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 출전을 결정했다”며 “오늘의 나를 있게 한 특별한 대회”라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해림과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은 그동안 남다른 궁합을 보여줬다. 그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체중을 불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매일 달걀 한 판씩을 먹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달걀 골퍼’라는 별명을 얻었다. 달걀의 ‘엄마’ 격인 치킨 기업이 후원하는 이 대회에서만 통산 6승 중 3승을 쓸어담았다. 이 대회 첫 우승 때는 마지막 라운드 5번홀(파4)에서 샷 이글로 승기를 잡았고 지난해에도 17번홀(파4)에서 나온 샷 이글로 역전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김해림은 이날 궂은 날씨에도 전반에 버디 3개를 잡는 동안 보기를 2개로 막으며 1타를 줄였다. 14번홀(파4)까지 버디 3개를 추가하며 달아나는 이다연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승부처인 17번홀에서 상대의 ‘멘탈’을 무너뜨리는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해림은 우승한 뒤 인터뷰에서 “이다연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아직 없는 4연패 기록도 노려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막판 한 홀서 무너진 이다연
이다연은 17번홀 더블보기 실수 전까지 버디만 7개를 잡아내며 시즌 첫승을 ‘노크’했다. 그러나 한 홀의 실수로 무너졌고 마지막 18번홀(파3) 버디 찬스를 살리지 못해 5언더파 208타 공동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지현2(27·롯데)이 동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 장하나(26·비씨카드)는 2언더파 211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올해 참가한 5개 대회 중 4번 ‘톱10’에 들며 무서운 기세를 이어갔고 상금과 대상포인트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1, 2라운드 선두였던 장수연(24)은 5번홀(파4) 티샷 OB로 한꺼번에 4타를 잃었다. 결국 2언더파 211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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