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서 건축 인허가 최다
영화·광고·연예기획사 등 입주
땅값 3.3㎡당 5000만원 '훌쩍'
[ 민경진 기자 ]
지난달 30일 찾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학동공원. 점심시간이 되자 오전 업무를 마친 직장인들로 공원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주택 사이사이 자리잡은 연예기획사, 건축디자인회사, 영화사 등에 다니는 직장인들이다. 신사역 인근 상가에서 점심을 먹은 뒤 사무실로 돌아가기 전 휴식을 취하려는 것이다.
학동공원 주변 논현동 고급주택가에 중소 규모 오피스와 상가 겸용 주택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거리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문화콘텐츠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동공원 바로 옆 A갤러리카페에서 3년째 근무 중인 B씨는 “3년 전만 해도 한산한 주택가였는데 최근 새 건물이 계속 들어서면서 점심시간에 식당 빈자리를 찾기 힘들어졌다”며 “세련된 디자인 건물이 많이 들어선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논현동 주택가는 변신 중
전형적인 단독주택 부촌이던 논현동 학동공원 일대가 다세대주택과 중소 규모 오피스, 상가 겸용 주택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학동공원 북쪽과 경계를 접한 라인에선 건물 신축공사 현장이나 신축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논현동 12의 17에선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의 제2종 근린생활시설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지하층은 사진 촬영 작업을 위한 스튜디오로, 1층은 필로티 구조 주차장, 2~4층은 사무실로 사용할 계획이다.
권우성 시네마건설 현장소장은 “최근 단독주택에 살던 토박이들이 전원주택이나 신축 아파트 등으로 이사하면서 논현동 주택가에 오피스와 다세대주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지난해 12월 바로 앞 다세대주택을 매입한 건물주도 임대계약이 끝나면 그 자리에 오피스 건물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 들어서는 건물엔 주로 연예기획사, 영화사, 건축디자인회사, 광고회사, 스튜디오 등이 자리잡고 있다. 논현동 A공인 관계자는 “청담동에 있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임대료가 비싸지자 대거 논현동 쪽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인근 식당에선 연예인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논현동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논현1동 주택가 오피스 월 임대료는 공급면적 기준 3.3㎡당 15만원 정도다. 인근 대로변에 비해 3.3㎡당 5만~7만원가량 저렴하다. 김태경 골든공인 대표는 “주택지에 들어선 사무실이어서 100~150㎡ 규모의 중소형 비중이 높다”며 “유동 인구가 적고 주변 환경이 조용해 여기로 들어오려는 스튜디오, 연예기획사 등의 문의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노후 단독주택 재건축 시기 도래
기존 단독주택 소유주들은 30년 이상 세월이 흘러 주택 노후화가 심각한 데다 땅값이 3.3㎡당 5000만원대로 치솟자 집을 매각하고 있다. 개발업체가 이런 단독주택을 사들여 오피스나 상가 겸용 주택, 다세대주택을 짓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강남구에서 논현동의 건축 인허가가 가장 많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올 들어 논현동 건축 인허가 건수는 13건을 기록했다. 다세대주택 원룸주택 건설이 활발한 역삼동(12건)보다 많다. 인근 신사동의 건축인허가 건수는 0건, 청담동은 한 건이다. 신축 추세는 꾸준하다. 논현동에선 2016년 32건의 건축 인허가가 이뤄졌다. 작년에도 22건의 인허가가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에는 벌써 13건이 인허가를 마무리했다. 1분기에만 작년의 절반 수준을 뛰어넘었다.
이곳에선 오피스나 상가 겸용 형태를 취한 건물이 많다. 주택이 있던 자리에 주거 전용 건물을 다시 지으면 보통 가구당 1대의 주차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오피스 또는 상가 겸용 주택으로 건물을 지으면 주차 공간을 상대적으로 덜 확보해도 돼 사업성이 높아진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 규모 개발업체들이 논현동 일대에 주거 용도로 쓰던 땅을 매입한 뒤 4~5층 정도의 저층 건물을 짓는 추세”라며 “주택 임차인은 저층부를 기피하고 상가 임차인은 저층부를 선호하는 것을 감안해 결합 건물을 많이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물 디자인이 뛰어나다는 점도 특징이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건물 디자인 경연장이라고 부를 만하다”며 “논현동에 오면 최신 중소 규모 오피스와 다세대주택 디자인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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