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이탈 둑 터진 신흥국… 아르헨 기준금리 年 40%로 '극약 처방'

입력 2018-05-0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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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ed 금리인상 우려에 통화가치 일제히 급락

국가 부도위험 치솟아
아르헨·브라질·터키·러시아
올 화폐가치 10% 이상 추락

커지는 6월 위기설
아르헨, 재정적자·물가 폭등에
외국인 자본이득세 '결정타'
터키는 S&P 신용등급 강등



[ 유승호 기자 ] 아르헨티나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본격화하면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 브라질 헤알, 터키 리라,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는 올 들어 미국 달러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국채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등하는 등 이들 국가의 신용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6월 이후엔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6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은 Fed가 지난 3월21일 기준금리를 연 1.5~1.75%로 올린 뒤 본격화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3%를 넘어서면서 신흥국 자산의 투자 매력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외국인 자금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지난 4일(현지시간) 달러당 21.8582페소로 한 달 만에 7.4% 급등(가치 하락)했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다 연 20%가 넘는 물가상승률 등 아르헨티나 경제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지난달 도입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자본이득세가 자금 이탈을 부추겼다.

터키 통화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달러당 리라 환율은 4.2297리라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 사이 5.8% 급등(리라 가치 하락)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터키 국가신용등급을 지난 1일 BB에서 BB-로 내렸고 그 뒤 통화가치 하락 폭은 더 커졌다. 루블화는 미국이 지난달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선 이후 급락해 한 달 만에 달러 대비 가치가 8.9% 하락했다. 헤알화 가치도 한 달 사이 6.0% 떨어졌다.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달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에선 2016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됐다.

◆확대되는 신흥국 통화위기

각국은 통화가치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최근 1주일 사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나 올렸다. 지난달 27일 연 27.25%에서 30.25%로 올린 데 이어 이달 3일 33.25%로, 4일 40%로 연거푸 인상했다. 앞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을 50억달러 이상 써 가면서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환율 방어에 실패했다. 그러자 채무자들의 부담이 커질 것을 무릅쓰고 1주일 만에 기준금리를 12.75%포인트나 올리는 극약처방을 쓴 것이다.

터키 중앙은행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12.75%에서 13.5%로 인상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리라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헤알화 가치 하락이 지속되자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에 외환시장에 다시 개입하기로 했다.

각국의 비상조치에도 시장에선 신흥국 통화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들 국가의 경제 기초가 취약하다는 점에서다. 아르헨티나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 재정적자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3% 안팎에 이른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경제 개혁이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실망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점진적인 개혁으로는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 높은 물가상승률 등 아르헨티나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려 커지는 미 금리 인상 후폭풍

Fed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신흥국 금융시장 혼란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장에선 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90%”라며 “연말까지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선 ‘신흥국 6월 위기설’까지 거론하고 있다. 달러 대비 통화가치 하락에 따라 외채 상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신흥국들의 CDS 프리미엄도 높아지고 있다. 5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아르헨티나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 3일 346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라질과 터키도 각각 193, 225로 연중 최고치까지 올랐다.

루카 파올리니 픽텟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달러 강세와 높은 물가 상승률이 신흥시장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며 “신흥국 통화가치는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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