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증시 조정…전문가 "단기 변동성 구간 대비해야"

입력 2018-05-07 07:30  


최근 베트남 증시의 조정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이 무겁다. 베트남 증시는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형 펀드를 통해 가장 많이 투자한 지역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베트남 증시가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염두에 둔 투자전략 수립을 주문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베트남펀드로 8530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베트남펀드 투자액(4613억원)의 두 배 가까이에 달하는 규모다. 해당 기간 해외펀드 투자 지역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것이다.

이같은 인기는 지난해 VN지수 수익률이 50% 가까이에 달하면서 베트남펀드 수익률이 호조를 보인 덕이다. 그러나 최근 1달간 베트남펀드 수익률은 -9.22%를 기록해 KG제로인 분석 대상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 지역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베트남의 코스피지수에 해당하는 호찌민 VN지수는 최근 한달간(4일 종가 기준) 13.82% 떨어져 1020선대(1026.80)로 후퇴했다. VN지수는 올 2월 미국발(發) 국채 금리 쇼크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조정을 받은 직후 급반등해 1~3월 수익률이 19.32%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달 1200선을 돌파한 후에는 가파르게 하락, 4월 한달간 10.57% 내렸다.

베트남 증시에 대한 고평가론이 불거지면서 차익실현 압력이 강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한 그동안 시장에 기대요인으로 작용했던 대형 민영 기업공개(IPO)의 경우 청약자금 조달 부담 우려 등이 부각되며 투자심리가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VN지수는 지난달 9일 전고점(1204.33)을 돌파한 후 하락, 12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했다"며 "대형 민영기업의 IPO 기대감이 부담감으로 작용했고, 지수 하락 여파로 개인신용거래가 몰린 은행주에서 반대매물이 출회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베트남 증시가 변동성이 큰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꾸준한 주가 상승으로 형성된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단기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강규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부 해외펀드 담당 차장은 "VN지수가 1200선을 돌파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며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고 1000선의 지지력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VN지수는 1000선에서 기술적 지지를 보일 듯하지만 브이(V)자 반등보다는 당분간 변동성 확대 및 등락이 반복되는 환경을 염두에 둬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수 상승기 주도주였던 금융주와 부동산주는 추가 조정 가능성이 있어 관망이 필요하고, 변동성이 큰 종목은 반등 시 비중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정 시 저가매수 가능한 종목으로는 안정적인 사업모델을 갖춘 비나밀크, 구조적인 성장성과 저평가 매력을 겸비한 호아팟그룹을 꼽았다.

최근 조정과 함께 베트남 증시 투자자들이 2008년과 같은 큰 손실을 입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 전망은 밝다"고 평가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외국인직접투자(FDI), 소매판매 등이 양호해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았던 근거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설명이다. 베트남이 최근 10년 이상 연평균 6%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어왔고, 1분기 GDP 성장률이 7.38%에 달해 견조한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베트남 증시 버블을 경험한 2007~2008년 당시는 국영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버블이 극대화된 시기였던 만큼 현재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관점에서 지난 4분기 이후 증시 급등에 따른 주가의 되돌림 발생 시 매도보다는 매수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정부정책에 따른 유동성이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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