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PD 보직 이동 후 스트레스로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입력 2018-05-07 10:22  


방송국에서 20년 가까이 기자로 일하다가 PD로 발령받은 뒤 심한 스트레스를 겪다가 사망한 직원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방송국에 근무하다 숨진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1990년 입사한 A씨는 주로 기자로 일하다가 2013년 본사에 발령받으면서 라디오 PD 업무를 맡아 낯선 업무와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생방송에 투입된 A씨는 방송사고를 내 여러 차례 경위서를 제출하거나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14년 말부터는 출근 및 퇴근 시간대에 송출되는 생방송을 맡아 초과근무를 거듭하면서 주변에 "힘들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자주 토로했다.

2015년 2월 봄 개편을 앞두고 신설 프로그램 기획 업무까지 추가로 맡은 그는 출근해 업무를 준비하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지급 처분을 했다. 이에 유족은 소송을 냈다.

공단은 "기저질환으로 고지혈증 등이 확인되는 반면 A씨의 업무량이 사망하기 전 급격히 증가했거나 만성적으로 과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지혈증이라는 요인이 있었다 해도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더해져 질병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과 업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이가 많았던 A씨가 최신 장비 조작 등 업무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고, 하루 두 차례 생방송을 진행하는 업무 배정은 이례적인 것으로 동료들도 업무가 과중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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