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3년여 만에 표준시 같아진 남북, 진정한 '시간 통일' 이루려면…

입력 2018-05-07 15:47  

北, 30분 느리던 표준시 되돌려

美·日·獨 등 '시간선진국'선
건물 투과하는 장파로 오차 줄여

한국도 내년 2월 첫 장파방송
표준시 본방송국 위치 DMZ 유력



[ 박근태 기자 ] 북한이 5일 0시를 기해 한국보다 30분 느렸던 표준시를 30분 앞당겼다. 북한은 2015년 8월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의 잔재를 청산한다며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던 표준시를 30분 늦췄다. 북한이 표준시를 되돌리면서 남과 북은 3년여 만에 다시 같은 표준시를 쓰게 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자체 표준시인) 평양시간을 동경 135도를 기준 자오선으로 하는 9경대시(종전 시간보다 30분 앞선 시간)로 고침에 따라 4일 23시30분이 5일 0시로 됐다”며 “이로써 북과 남의 표준시간이 통일됐다”고 밝혔다. 북한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한국시간으로 5일 0시, 기존 평양시간으로 4일 오후 11시30분에 “0시를 알려드리겠습니다”는 방송을 송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30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평양시간을 30분 앞선 시간으로 고치기로 결정하면서 이뤄졌다.

사실 1초라는 시간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육상이나 수영 같은 기록경기에서는 100분의 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음속의 다섯 배인 마하 5의 속도로 날아가는 패트리엇 대공미사일은 불과 0.1초 차이로 목표를 170m 빗나간다. 수많은 휴대폰 단말기와 신호를 주고받는 기지국, 분초를 다투는 금융 거래를 하는 은행권, 정밀 기계가 작동하는 공장에선 정확한 시간 정보가 요구된다. 전자상거래에서 시간에 오차가 일어나면 큰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만큼 30분이란 시간차는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남북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은 장벽이었다.

각국은 시간 오차가 생기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국제도량형국은 1967년부터 세계 시간을 표준화하기 위해 세슘133 동위원소가 91억9263만1770회 진동한 시간을 1초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밀하게 제작한 시계조차도 시간이 흐를수록 오차가 생긴다. 시간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외부 표준시간을 참고해 오차를 줄이는 ‘시각 동기화’ 기술을 쓰고 있다. 인공위성에서 쏘는 전파로 위치와 시간을 확인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은 가장 흔히 사용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GPS 신호는 건물 안이나 지하에선 잡히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방송 전파로 시간 오차를 줄이기도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1984년 대전 유성 표준연 내에 표준주파수국을 짓고 세슘 원자시계에서 나온 주파수를 방송 전파에 실어 표준시(KST)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단파는 직진성이 강해 산이나 건물 등 장애물에 막히면 멀리 가지 못한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시간 선진국’들은 그 대안으로 단파와 GPS 외에 ‘장파’를 쓰고 있다. 주파수 50~100㎑인 장파는 건물을 투과할 수 있어 실내까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 한국도 2019년 2월 국내 첫 시험 방송을 앞두고 있다. 경기 여주 KBS AM송신소에 시험방송국을 짓고 반경 200㎞ 지역에 송출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남북한 통일 시대를 앞두고 시간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장파 시간방송을 꼽고 있다. 본방송을 시작하면 방송 지역이 한반도 전역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연규 표준연 물리표준본부장은 “본방송을 시작하면 송신탑 하나로 반경 1000㎞에 이르는 영역에 시간 신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한 지역은 물론 북한 전역에 동일한 표준시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표준시 본방송국 위치로 남·북한을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DMZ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뿐 아니라 실질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표준연 측은 “전파를 쏘는 방송국 설치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본방송국 부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며 “현실적 측면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DMZ 지역을 후보 부지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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