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낸드가격 하락 '철벽 방어' 성공한 이유

입력 2018-05-07 19:25  

아하! 그렇군요

"64단·72단 낸드 개발로 공급량↑
반도체 호황 끝난다" 전망했지만
공정미세화로 수율 높이기 '한계'

기업용 SSD 수요 급증에
IT社 물량확보 주력… 가격 탄탄



[ 고재연 기자 ]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반도체업계에서는 올 들어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으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반도체를 위로 쌓아 올려 용량을 증대시킨 64단 V 낸드, 72단 3차원(3D) 낸드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작년 4분기 발표한 ‘2018년 낸드플래시 시장 전망’에서 올해 GB당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년 동기보다 22.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낸드플래시의 1분기 ASP는 전 분기에 비해 1~3%, SK하이닉스는 1% 하락하는 데 그쳤다. 두 회사가 낸드값 하락을 ‘방어’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가장 큰 이유로는 예상만큼 늘어나지 못한 공급량이 꼽힌다. 공정 미세화로 업체들이 64단 V 낸드, 72단 3D 낸드 수율(정상제품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이전에는 양산 개시 후 수개월이면 ‘꿈의 수율’이라 불리는 90%를 달성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 이명영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은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공정이 복잡해져 수율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급은 줄어든 반면 수요는 늘었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덕분이다. 지난해부터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에 이어 바이두, 알리바바까지 세계 주요 정보기술(IT)업체가 잇따라 데이터센터 확장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도매상에 반도체칩을 파는 현물시장보다는 애플 등 세트업체가 요구하는 제품(솔루션)을 제조해 공급하는 솔루션 시장 비중이 훨씬 높다는 점도 가격 하락을 막은 이유 중 하나다. 솔루션 시장 고객사는 장기계약을 선호하고 현물시장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마케팅팀 전무는 “앞으로 낸드플래시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기업용 SSD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모바일 시장에서도 고급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고용량화가 진행돼 전반적으로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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