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대가 르파주 '달의 저편'
15년 만의 한국 무대
16~19일 LG아트센터서
마법 같은 연출력 기대
英 스티븐스의 '하이젠버그'
20일까지 두산아트센터서 공연
예측 불가능한 삶 다룬 2인극
무대 옆·뒤에 객석…연기 실감
게리 오언이 쓴 '킬롤로지'
7월22일까지 아트원씨어터서
온라인게임 피해 사례 다뤄
현실·환상 넘나드는 게 색달라
[ 김희경 기자 ] 독특한 이야기 구조와 연출의 해외 유명 작품들이 국내 연극 무대에 잇따라 오르고 있다. ‘달의 저편’ ‘하이젠버그’ ‘킬롤로지’ 등으로 연극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아방가르드(전위)적 색채가 강하고 인간 실존과 현대사회에 강렬한 질문을 던져 국내 연극 팬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다층적 이야기를 엮은 ‘달의 저편’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달의 저편’은 ‘현대 연극의 혁신가’로 불리는 캐나다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 작품이다. 2000년 퀘벡에서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세계 50여 도시에서 공연됐다. 한국 무대에는 15년 만에 다시 오른다.
르파주는 이미지와 영상, 첨단 무대장치를 적극 활용하며 연극 장르의 경계를 넓혀왔다. 2007년엔 “과거를 재구축해 미래 연극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럽 공연예술계 최대 영예로 꼽히는 ‘유럽 연극상’을 받기도 했다.
극은 고인이 된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만난 형제의 갈등에서 시작된다. 다소 평범해 보이는 출발이지만 또 다른 얘기와 중첩되며 전개된다. ‘달 탐사’를 둘러싼 미국과 옛 소련 간 치열한 우주개발 역사와 연결짓는다. 이 지점에서 색다른 무대도 연출된다. 빨래가 돌아가던 둥근 세탁기 창문이 어느 순간 달의 모습으로, 금붕어를 담은 어항으로, 우주선의 입구로 끊임없이 바뀐다. 360도로 회전하는 무대 세트에는 거대한 거울이 부착돼 있다. 우주선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동시에 객석의 모습을 비춰 관객들이 자신과 마주하도록 한다.
135분에 달하는 공연 중 출연 배우는 단 한 명이다. 캐나다 출신 배우 이브 자크가 두 형제를 비롯해 어머니, 의사 등 모든 등장인물을 연기한다. LG아트센터 측은 “다층적인 이야기를 하나의 깊이있는 메시지로 승화시키는 뛰어난 스토리텔링, 단순한 무대를 색다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법 같은 연출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기발한 2인극 ‘하이젠버그’
‘하이젠버그’는 영국 국립극단 최초의 상임 작가인 사이먼 스티븐스 작품이다. 스티븐스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쓰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막을 올린 이 연극은 오는 20일까지 서울 종로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김민정 연출로 공연된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초연이다.
이 작품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며 펼쳐지는 예측 불가한 상황을 그린 2인극이다. 배우 정동환이 맡은 알렉스는 75세 독신으로 40여 년간 런던 한 곳에서만 정육점을 해온 정적인 캐릭터다. 그는 기차역에서 배우 방진의가 맡은 40대 미혼모 조지와 마주친다. 조지는 알렉스와 달리 충동적이고 거침없다. 하이라이트에서 암전될 때마다 둘 사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두산아트센터 측은 “사람 관계의 안타까움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 공감하며 서로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무대 구조가 독특하다. 무대 옆과 뒤에도 객석을 배치해 극을 실감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충격적 소재와 메시지의 ‘킬롤로지’
충격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폭력성과 소외를 고발한 ‘킬롤로지’도 호평받고 있다. 이 작품은 영국 극작가 게리 오언이 썼으며 지난해 3월 영국에서 초연된 이후 ‘웨일스 시어터 어워드’ 극작상, ‘더 스테이지 어워드’ 지역극장상 등을 받았다. 박선희가 연출해 지난달 26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개막했다. 오는 7월22일까지 연극열전이 공연을 이어간다.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로 인해 소년 데이비가 살해되는 데서 극이 출발한다.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고 싶은 아버지 알라, ‘게임은 게임일 뿐이며 게임과 현실은 명확히 구분돼 있다’고 주장하는 폴이 등장한다.
세 명이 함께 한 무대에 선다. 하지만 각자가 방대한 독백을 통해 사건과 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낸다. 1인극 같은 3인극이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다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전개방식을 택했다. 데이비 역은 배우 장율과 이주승이, 알란 역은 김수현과 이석준이, 폴 역은 김승대와 이율이 맡았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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