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주식' 알고도 매도주문 낸 삼성證 직원 21명 검찰 고발
전산시스템 수의계약한 삼성SDS 공정위에 제보
[ 조진형/하수정 기자 ] 한 달 전 발생한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당시 현·선물 연계 또는 공매도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예상대로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의 내부통제 미비로 발생한 전대미문의 해프닝성 사고였다. 유령주식을 매도해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직원 21명은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금융당국은 8일 이 같은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증권에 대한 제재 수위는 조만간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매도주문’ 직원 1명 구제돼
지난달 6일 발생한 삼성증권 배당사고는 우리사주 조합원 2018명에게 배당금 28억원을 주식 28억 주로 잘못 입금하면서 벌어진 ‘팻 핑거(주문 실수)’ 사고였다. 일부 직원이 시장에서 유령주식을 팔아 자본시장 신뢰의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우려했던 유령주식을 둘러싼 부당이득 세력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직원들이 주식 매도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시세변동을 도모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부인과의 연계 사실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불공정거래 행위를 의심할 만한 이상거래 계좌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일 급증했던 주식선물은 거래 상위 계좌 대부분이 프로그램매매 계좌이거나 일시적 급락을 이용한 매수·매도를 반복하는 계좌였다.
유령주식을 팔거나 매도 주문을 낸 직원 21명은 엄정하게 조치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들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대부분 호기심이나 시스템 오류를 테스트하기 위해 주문을 냈다고 주장하지만 모두 고의성이 다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3명은 여러 차례에 걸쳐 분할 매도 주문하거나 주식 매도 후 추가 매도해 고의성이 짙은 것으로 분류됐다. 3명은 매도 물량이 적지만 시장가로 주문하거나 다른 계좌로 대체하려고 시도했고, 5명은 매매 체결은 되지 않았지만 주문 수량이 많아 고의성이 인정됐다. 다만 직원 1명은 구제됐다. 이 직원은 상한가에 1주를 주문했다가 지체 없이 취소한 뒤 다른 직원들에게 “주문이 실제 들어가니 매도 주문을 내지 말라”고 적극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물주식 입고 때 유령주식 거래될 수도”
삼성증권 주식매매시스템 전반을 점검한 결과 유령주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고스트 세력’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금감원은 고객의 실물주식 입고업무 절차상 예탁결제원의 확인 없이 매도될 수 있도록 설계돼 ‘구멍’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유령주식 사고와 비슷하게 위조주식이 거래될 가능성은 있었다는 얘기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의 내부통제 미비’였다고 밝혔다. 발행주식총수의 30배가 넘는 주식이 입고돼도 시스템에서 걸러내지 못했고, 우리사주 배당 업무와 관련된 업무 매뉴얼도 없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우리사주 관리 업무는 총무팀 소관인데 실제로는 증권관리팀이 처리하는 등 업무 분장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며 “사내 방송시설, 비상연락망 등을 갖추고 있지 않았고, 위험관리 비상계획도 없어 신속하게 사고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전산시스템 관련 계열사 부당지원 문제도 파악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최근 5년간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계약의 72%(2514억원)를 삼성SDS와 맺고 있다. 이 계약 중 수의계약 비중이 91%를 차지하는데, 삼성SDS와 체결한 수의계약 98건 모두 단일 견적서만으로 계약이 체결됐고, 수의계약 사유도 명시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정위 기준인 ‘사익편취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며 “삼성SDS와 연 거래금액이 500억원으로 가이드라인(200억원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진형/하수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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