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美대사관 14일 개관… 다시 불붙는 이-팔 분쟁

입력 2018-05-08 19:27  

트럼프 대신 이방카 부부 참석


[ 이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4일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아 예루살렘에서 열리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개관식에 불참한다고 백악관이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외교를 책임지는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참석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대표단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포함됐다. 쿠슈너 보좌관과 므누신 장관은 유대인 혈통으로 미국 유대인 커뮤니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관식 참석 여부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개관식에 참석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이 격화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등에선 양국 간 유혈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 영토 갈등에 불을 붙인 당사자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합법적 수도’로 선언하고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든 이 결정 이후 아랍권에선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다. 대부분 국가는 종교·민족 갈등으로 얽혀 있는 예루살렘을 어느 한 나라의 영토로 인정하지 않아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 두고 있다.

예루살렘을 둘러싼 중동의 긴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의 대사관 이전 결정 후 다른 친미·친이스라엘 성향 국가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남미 국가인 과테말라와 파라과이가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에 최소 6개국이 대사관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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