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구용 원자로를 해체한 뒤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 보관하던 방사성 폐기물이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조사해 서울 공릉동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 3’와 핵연료 국산화 기술개발 시설을 해체한 뒤 대전 유성 연구원에서 보관해 오던 차폐용 납과 구리 전선, 밀봉용 금 소재를 무단으로 외부로 유출하거나 폐기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원안위는 2000년∼2014년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3(사진)를 해체한 뒤 나온 방사선 차폐용 납이 당초 발생량보다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차폐용 납 17t, 납 벽돌 폐기물 9t, 납 재질 컨테이너 8t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2004~2012년 핵연료 국산화 기술 개발시설인 우라늄 변환시설 해체 과정에서 나온 구리전선 약 5t도 2009년 무단으로 매각된 사실도 포착했다. 무게 2.4~5kg 금 재질의 공정 온도 유지용 패킹도 2006년 전후로 도난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안위는 지난 1월말 원자력연구원 소속 직원이 연구용 원자로 해체과정에서 발생한 납 폐기물 등을 훔쳐 처분했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조사를 벌였다.
원안위는 원자력연구원이 2010년 핵연료제조시험시설 리모델링을 하면서 나온 폐기물을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해체 폐기물을 해당 시설 창고에 무단 보관하고도 마치 폐기물 처리가 완료된 것처럼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이번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연구용 원자로의 냉각수 폐기물을 담았던 드럼 39개 중 2개의 빈 드럼도 현재 소재가 불명인 상태다.
원안위는 “현재 소재불명인 금, 구리전선, 납 폐기물 중 상당량이 원자력연구원 소속 전?현직 직원 등에 의해 도난을 당하거나 매각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무단 처분된 양, 시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해 위반행위 혐의자는 검찰에 수사 의뢰하거나 고발하고, 원자력연구원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연구원은 “유출된 폐기물들은 모두 방사능이 인체에 해가 없는 수준에 머문다”며 “원안위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이 방사성 폐기물을 부실하게 관리해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원안위는 지난해 4월 원자력연구원이 방사능을 제거하는 실험 등에 사용한 콘크리트를 일반 콘크리트 폐기물에 섞어 버리는 것을 포함해 최근 3년간 36번이나 방사성 폐기물을 무단 폐기하고 소각했다고 발표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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