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38년 만에 전면개편… 대기업 규제 수위 더 높아진다

입력 2018-05-09 17:42  

'대기업 규제법' 제정 추진

공정위, 7월까지 개편안 마련

공정거래법서 대기업 규제 분리… 제재 효율 높여
지주사 부채비율 낮추는 등 '재벌 개혁' 정조준
일감 몰아주기 등 다른 법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 임도원 기자 ] “지금의 공정거래법으로는 재벌개혁 등 중요한 과제들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습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방향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공정위가 효과적인 ‘과제 이행’을 위해 꺼내든 카드가 대기업집단 규제의 별도 법제화다. 단순히 기존 법조항을 부분적으로 고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틀에서 대기업집단을 규제하겠다는 게 공정위 복안이다.

법제화 내용에 따라 공정위 외에 법무부 등 다른 정부 부처도 규제 집행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규제 그물이 많아지고, 그물망은 더욱 촘촘해지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만 있는 공정거래법 대기업 규제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규제의 별도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은 현행 법체계에 정합성과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독과점, 담합, 거래상 지위남용 등 경쟁법제를 다루면서 성격이 다른 대기업집단 규제도 포괄하고 있다. 1980년 제정 당시에는 대기업집단 규제가 없었으나 1986년 경제력 집중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도입됐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대기업집단 지정과 그와 관련한 상호출자제한 등 규제는 다른 국가 공정거래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외국 공정거래법에서는 기업집단이 독과점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저질렀을 때 규제하는 조항이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법체계도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법조항 사이에 난데없이 대기업집단 규제가 끼어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예컨대 공정거래법 제5장 ‘불공정거래행위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의 금지’에는 거래상 지위남용 등 불공정거래와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함께 들어 있다.

재벌개혁 강화 포석

공정거래법의 낡은 체계를 뜯어고치는 것은 방향이 맞다고 하더라도 자칫 규제 강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을 경제계는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규제의 별도 법제화가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과정에서 대기업집단 규제와 관련해 △자회사 지분율 요건, 부채비율 요건 개편 △지주회사 제도 개편 △순환출자, 금융·보험사, 공익법인 등 출자규제 개편 △기업집단 공시제도 개편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행위 규제 개편 △기업집단 지정제도 개편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들이다.

공정위는 구체적으로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상한 기준을 자본총액의 200%에서 100%로 낮춰 재무건전성 강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 하한 기준은 현행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에서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10%포인트씩 올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해당 방안들이 법제화되면 대기업이 자본 적립과 지분 확충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타법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규제를 개편하면서 일부 조항은 다른 법으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예컨대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상법으로 이관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일감 몰아주기 관련 법제 운영과 규제는 상법 소관부처인 법무부로 넘어가게 된다. 애초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2010년 상법에 처음 도입됐다. 상법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등 회사의 사업기회와 자산을 유용할 우려가 있는 행위는 이사회 승인을 거치도록 의무화해놨다.

이와 별도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대한 각종 공시의무는 자본시장법에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기업집단 현황 공시, 비상장사 중요사항 수시 공시, 내부거래 공시 등 관할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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