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세계 10위까지 올랐던 '태양광 우등생'의 좌절

입력 2018-05-09 17:45   수정 2018-05-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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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리콘, 두 번째 법정관리 신청

아람코, 설비·기술력 인정
7년 前 2650억 지분 투자

中 저가 폴리실리콘 공세에
한국실리콘 완전자본잠식

"법정관리 후 회생 가능성 커"



[ 김익환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9일 오후 3시10분

2011년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업체인 아람코 경영진이 글로벌 투자은행(IB) 관계자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들이 향한 곳은 태양광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한국실리콘의 전남 여수 공장. 공장을 꼼꼼하게 점검한 아람코 경영진은 자회사인 에쓰오일을 통해 이 회사에 2650억원의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상황은 기대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태양광 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영 여건이 급격히 나빠진 이 회사는 2012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3년 조기 졸업했지만 시련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태양광업황 악화로 결손금이 계속 쌓였고 5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국내 2위 폴리실리콘업체의 몰락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실리콘은 지난달 4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한국실리콘이 제출한 신청서와 관련 자료를 심사해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실리콘은 코스닥 상장사인 오성첨단소재(옛 오성엘에스티)가 반도체 장비를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면서 축적한 자산을 토대로 2008년 설립한 회사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던 때였다.

한국실리콘은 2010년 여수에 연산 3200t 규모의 폴리실리콘 1공장을 준공했다. OCI에 이은 국내 두 번째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로 주목받았다. 이 회사는 규모의 경제를 노리고 증설 계획을 짰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공장 건설 비용을 감당할 자금 여력이 없었다. 아람코와 접촉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아람코는 한국실리콘의 설비와 기술력을 인정해 2011년 6월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2011년 하반기 들어 영업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 태양광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제품 공급 과잉이 심해졌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자금은 빠져나가는데 제품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커지자 견디지 못한 한국실리콘은 2012년 12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두 번째 법정관리 ‘눈물’

한국실리콘은 법정관리를 받던 2012년 생산 규모를 1만5000t 수준으로 늘리는 회생 노력을 했다. 폴리실리콘 생산량 기준으로 국내 2위, 세계 10위 수준으로 커졌다. 여기에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면서 2013년 9월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중국 태양광업체가 저가 공세를 이어가고, 중국 당국이 한국 태양광 제품에 반덤핑 관세까지 매기는 등 경영 환경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한국실리콘은 2013~2016년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자본도 탕진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적자 회사로 낙인찍히자 외부에서 투자금을 수혈받지도 못했다. 재고를 팔아 마련한 현금으로 공장을 정비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지난해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시설 투자를 위해 빌린 차입금만 3303억원에 달했다. 이자를 비롯한 금융비용이 연간 200억원을 웃도는 등 재무 부담이 커지자 두 번째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여수 지역에서 한국실리콘과 관련된 인력만 500명이고 거래 업체는 870곳에 달한다”며 “지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법원이 법정관리를 받아들여 회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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