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약社 애브비가 만든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지난해 20조원 매출 올려
경쟁제품과 효능 비슷하지만 환자 편의성 높여 차별화
다양한 특허권 내세워 후발주자 진입 장벽 높여
[ 이지현 기자 ] 미국 바이오·제약사 애브비는 지난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184억2700만달러(약 19조9288억원) 규모 매출을 올렸다. 2016년 20조원을 돌파한 한국 제약시장 전체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휴미라는 우리 몸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를 억제하는 약이다. 200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뒤 곧바로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소비자 중심의 제품 개발 및 마케팅,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통한 적응증 확대, 정교한 특허전략 등이 휴미라의 1등 전략으로 꼽힌다.
‘환자 편의’에 집중한 R&D
애브비는 지난달 국내에 환자 통증을 줄인 휴미라CF제제를 내놨다. 그동안 휴미라의 단점으로 지적된 통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사제에서 구연산 완충액을 뺀 제품이다. 주사제 용량도 절반으로 줄여 환자 편의를 높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에는 환자 스스로 주사를 쉽게 놓을 수 있도록 돕는 주사보조구를 무료로 보급했다. 주삿바늘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환자를 위해 바늘 굵기도 가늘게 바꿨다.
환자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휴미라의 특성 때문이다. 휴미라는 환자가 직접 2주마다 주사를 놔야 하는 치료제다. 휴미라와 비슷한 TNF-α억제제인 얀센의 레미케이드는 정맥주사다. 환자가 6~8주마다 병원을 찾아 3시간 정도 주사를 맞아야 한다. 화이자의 엔브렐도 휴미라와 같은 피하주사제로 매주 주사를 놔야 한다. 곽승기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제품 효능에는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자가 주사를 맞지 못하는 환자는 레미케이드를, 고령층이라 결핵 부작용 위험이 있는 환자는 엔브렐을 처방한다”며 “휴미라는 다른 약보다 환자 편의성이 좀 더 좋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적응증 확대
치료 대상 환자도 늘리고 있다. 지난달 휴미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소아 포도막염 환자도 치료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휴미라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군(적응증)이 15개에 이른다. TNF-α억제제 중 적응증이 가장 많다.
몸의 면역체계를 공격하는 TNF-α가 많아지면 류머티즘 질환, 각종 염증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휴미라를 쓰는 환자는 여러 질환을 앓는 환자가 많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22.5%가 건선을, 20.3%가 포도막염을, 5.8%가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다. 다른 질환도 마찬가지다. 애브비는 매년 매출의 15% 이상을 R&D에 투자하며 휴미라의 적응증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애브비의 R&D 지출은 48억달러로, 전체 매출의 17.5%였다.
특허전략으로 진입장벽 높여
전문가들은 애브비의 특허 전략도 매출 1위를 지키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암젠, 삼성바이오에피스, 베링거인겔하임, 화이자, 셀트리온 등 국내외 제약사들이 앞다퉈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제품을 출시한 곳은 없다. 애브비가 물질특허 외에 제형특허, 용도특허 등 다양한 특허권을 내세워 후발주자들의 진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휴미라의 속성을 역이용하는 후발주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일부러 늦추고 있다”며 “효능과 편의성을 높인 차세대 버전을 본떠 바이오시밀러를 내놔야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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