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달러와 유가, 둘 중 누가 먼저 꺾이나

입력 2018-05-10 08:20   수정 2018-08-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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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와 유가가 동반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은 지난 35년간 11차례 밖에 없었던 이같은 희귀한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08달러(3.0%) 상승한 71.14달러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일대비 0.05% 오른 93.12를 기록했습니다. 달러는 지난 4주간 강세를 이어가면서 약 3% 넘게 올랐습니다. 유가도 같은 기간 10%가 넘게 급등했습니다.

이런 달러와 유가의 동반 강세는 특이한 일입니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유가는 내리고, 달러 가치가 내리면 유가는 오르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즉 역상관관계가 있습니다. 2015년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때 국제 유가는 20달러대까지 추락했습니다. 2013년 긴축발작이 발생했을 때 원유 가격은 상승했지만 달러는 안정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지금처럼 4주 이상 달러(상승폭 3% 이상)와 유가(10% 이상)가 같이 오른 경우는 1983년 이후 지금까지 11차례에 불과했습니다.


달러 강세는 미 중앙은행(Fed)이 미 경기 호황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올해 2~3번 이상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섭니다. 최근 유럽 경기가 예상외로 둔화되면서 달러화의 강세는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유가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으로 기본적으로 수급이 빡빡한 상황에서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으로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동조 현상은 한국과 같은 석유 수입국에는 두 배의 고통을 안겨줍니다. 비싸진 달러를 사서 오른 원유를 사야하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헨티나 등 신흥시장 국가들이 달러 강세와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제 둔화 등으로 인해 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유가까지 급등하며 경상 수지를 압박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점이 우려를 더욱 키운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달러 강세와 원유 가격 상승, 미국 경제 개선이 한 번에 발생했던 지난 1990년대 당시 신흥국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런 동조 현상이 예외적인 만큼 조만간 깨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WSJ도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달러와 유가 중 어느 누가 반대 방향으로 갈 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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