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은 태림포장과 비상장사 태림페이퍼 합친 가격
≪이 기사는 05월04일(05:3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PE가 국내 1위 골판지업체인 태림포장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이 회사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태림포장은 지난 26일 하루 동안 9.24% 급등하는 등 4거래일 만에 주가가 18% 올랐다. 매각가격이 9000억~1조원으로 예상되자 소액투자자들 사이에선 “3500원대인 주가가 1만원 중반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IMM PE의 보유지분(68.8%)과 2500억원대인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주가가 5~6배는 뛰어야 1조원이 될 것 아니냐는 자체분석이다.
시가총액과 매각예상가격의 괴리는 일부 소액투자자들이 태림포장그룹의 지배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오해다. 태림포장그룹은 골판지를 만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태림포장과 골판지 원료(원지)를 만드는 비상장사 태림페이퍼로 이뤄져 있다. IMM PE는 2015년 5월 인수한 태림포장의 7개 계열사를 골판지제조와 원지 두축으로 재편했다. 2016년 기준 골판지 시장 점유율은 20%, 원지 점유율은 25%로 둘 다 1위다. 현재 IMM PE는 태림포장 지분 69.87%와 태림페이퍼 지분 99.28%를 갖고 있다. 당연히 매각대상도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를 합친 태림포장그룹 전체다. 태림포장의 실적만 봐선 태림포장그룹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더구나 영업이익 기여도는 비상장인 태림페이퍼가 훨씬 크다. 지난해 매출은 태림포장(5657억원)이 태림페이퍼(4684억원)보다 앞섰지만 영업이익은 태림페이퍼(321억원)가 태림포장(33억원)의 10배였다.
두 회사를 합치면 9000억~1조원이라는 예상 매각가격이 설득력을 얻는다. 전자상거래가 늘면서 골판지가 많이 쓰이는 택배 물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회사 실적이 크게 좋아진 덕분이다. 2015년 6914억원이었던 태림포장그룹의 전체 매출은 지난해 1조1243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회사가 2년 만에 3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알짜로 변신했다. 올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은 약 1500억원으로 예상된다. 7개 동종업계 회사들의 지난 1년간 평균 거래배수와 경영권 프리미엄(30%)을 고려하면 IMM PE 보유지분의 가치는 최대 1조1500억원까지 기대할 수 있다.
태림포장그룹을 인수하면 단숨에 골판지와 원지를 모두 생산하는 국내 최대 일관기업을 손에 넣게 된다. 신대양제지와 아세아제지 등 2~3위 골판지 업체와 동원그룹 한솔제지 등 골판지상자 수요가 있는 중견기업이 인수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국내 시장을 노리는 오지제지 일본제지 렌고 등 일본 3대 골판지 업체와 중국 업체들도 후보군이다. 다만 골판지 제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어 대기업이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IMM PE는 오는 6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법제화 결과를 보고 매각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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