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막겠다…기획조사 실시

입력 2018-05-10 13:01   수정 2018-05-10 14:28


금융감독원이 기업 공시 및 회계기준 위반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특히 주가 변동성이 큰 테마주나 바이오·제약업체의 주가 등락에 대한 감시망을 구축해 서민 투자자 보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속칭 '검은 머리 외국인'(외국인을 가장한 국내 투자자)을 비롯한 해외 투기세력에 대한 조사도 강화한다. 이들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자본시장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 "불공정거래 근절은 새 정부 핵심 과제"

금감원은 10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불공정거래 조사업무 혁신방안을 내놨다.

조효제 금감원 부원장보는 "최근 자본시장에서 공시 및 회계기준 위반, 부정거래 등이 혼재된 복잡한 불법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며 "사회적 관심사항에 대한 신속한 기획조사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불공정거래로 인한 부당이득액은 5869억원에 달한다. 한 건당 평균 23억원의 부당이득이 발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자 확인이 쉽지 않은 증권 거래의 비대면성에 따른 죄의식 부족, 한탕주의 등으로 인해 불공정거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정보기술(IT) 발달로 불공정거래 수단이 첨단화·다양화되고 그 행태도 지능화·조직화되는 추세를 보인다"고 했다.

금감원 측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조원대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법적 조치를 받았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이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분식과 부정거래 혐의로 이 회사 대표이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적용 범위가 확대됐으며 사회적으로도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건에 대해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할 필요성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자본시장 질서확립을 위한 핵심 업무로 불공정거래를 지목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자본시장 교란행위 처벌 강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개선 등의 과제가 국정 과제로 선정되는 등 이 업무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 정치테마주·바이오주 주가 급등락 밀착 감시

금감원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주가 등락이 큰 테마주에 따른 서민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했다. 지난해 가상통화주 급등락에 이어 올해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테마주나 남북경협주 등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했다.

조 부원장보는 "시장 환경에 따라 등장하는 테마주에 대한 체계적 감시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테마를 선정해 주가등락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테마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다. 필요시 투자자 경보를 발령하거나 기동조사도 실시한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테마주의 경우 유력 후보자별 테마주의 주가·거래량 동향 등을 실시간으로 밀착 감시할 계획이다. 금감원 측은 "최근 지방선거 관련 주가 이상 급등이 발생한 일부 종목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주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바이오·제약업체의 경우 임상시험 진행 등과 관련한 공시가 나올 경우 주가 변동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 업체의 공시 내용의 객관성과 투명성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따라서 바이오·제약사의 신약개발·임상시험과 관련된 공시의 진위여부 확인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정보 공유를 추진할 방침이다. 사업보고서 상 신약 기술이전 계약이나 연구개발(R&D) 비용 및 임상진행 단계별 구체적 내용 등에 대한 기재 적정성에 대한 심사도 강화한다.

◆ "외국인 국부 탈취 차단하겠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부 탈취 및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심각성을 인지했다. 특히 조세피난처로 우회한 검은 머리 외국인이 불공정거래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는 자본시장의 국제화를 촉진하고, 시장의 유동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순기능이 있다"면서도 "이들이 우월한 정보력과 매매 기법을 이용해 공매도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국제조사팀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감시망을 강화하고, 필요시 외국 감독기관 및 검찰과 공조해 자본 유출행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다자간양해각서(MMOU)에 따라 외국 감독기관에 조사대상 외국인에 대한 자료요청, 자금추적 의뢰 및 현지조사 지원 등을 요청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해외 도피 우려가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해당 사건을 검찰에 바로 이첩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 피해자 권익 보호장치 마련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에 대한 권익 보호도 꾀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간 공정거래 조사과정에서 고령자 등 배려를 요하는 자에 대한 권익보호장치 미흡했다"며 "이들이 문답조사 과정에서 심리적 불안정으로 인해 사실관계에 대한 소명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조사자의 심리적 안정 등을 위해 문답 조사시 '신뢰관계자 동석' 제도를 추진할 예정이다. 신뢰관계자는 고령자, 장애인, 미성년자 등의 직계친족, 형제자매, 배우자, 보호시설 관계자 등으로 설정했다.

피조사자의 출석 요구시 신뢰관계자 동석 제도를 안내하고 신청시 이를 허용하는 방안이다. 다만 동석자의 문답 관여는 일부 제한한다. 조사 방해나 지연, 조사정보 유출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동석을 거부할 수도 있다.

불공정거래 신고를 단서로 조치가 이루어진 경우 그 결과를 피드백하는 절차도 만든다. 조치가 끝난 시점에 증권선물위원회 안건의 공개내용 범위 내의 내용을 통보하게 된다.

조 부원장보는 "시장정보 수집 및 조사단서 확보를 위해 내부자 등의 불공정거래 신고·제보를 적극 활성화할 필요가 있으나 현재는 신고를 단서로 이루어진 조치 결과 등을 신고자에게 통보하지 않아 신고 처리의 투명성에 대한 의심을 야기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불공정 거래자에 대해서는 언제, 어느 장소와 신분에 관계없이 반드시 처벌된다는 점을 알려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과 투자자 보호 문화를 안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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