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주 지지부진하지만 히트상품 가진 기업 주가는 '쑥'
[ 강영연 기자 ] 정보기술(IT), 바이오주 등이 최근 증시를 주도하면서 내수주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하지만 히트 상품을 갖춘 기업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애경산업, 삼양식품, F&F,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마트에서 어떤 상품이 많이 팔리는지를 보고 그 회사에 투자했다’는 1970년대 미국 월가의 전설적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의 투자 노하우는 지금도 유효하다는 얘기다.
◆‘견미리팩트’에 웃는 애경산업
애경산업은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400원(2.77%) 오른 5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8일 발표한 사상 최대 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애경산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 늘어난 218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사업이 실적 호조세의 일등 공신이다. 전체 영업이익 중 90% 정도가 화장품에서 나왔다. 국내 생활용품 2위 기업인 애경산업이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때 가장 주목받은 제품 역시 ‘견미리팩트(에이지투웨니스 에센스 커버 팩트)’였다. 작년에만 14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업황 부진으로 최근 1년간 주가 하락폭이 컸던 의류업종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F&F 역시 ‘디스커버리’라는 히트 상품 덕을 봤다. 지난달 이후 F&F는 8.62% 올랐다. 일상에서도 쉽게 입을 수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로 차별화한 디스커버리는 지난해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동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아웃도어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것을 고려하면 디스커버리 실적은 더욱 돋보인다”며 “브랜드 파워가 강해 정상가로 판매되는 비율이 높은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불닭 시리즈 인기에 삼양식품 ‘레벨업’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면서 주가도 한 단계 레벨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5만~6만원대였던 주가는 9만원대(10일 종가·9만2200원)를 유지하고 있다. 불닭볶음면 후속으로 나온 ‘까르보 불닭볶음면’은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 2300만 개를 기록했다. ‘짜장불닭볶음면’ ‘불닭 프랑크’ 등 파생 제품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홍종모 유화증권 연구원은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단순히 개별 상품이 인기를 얻었다는 차원을 넘어 한국식 매운맛이라는 카테고리를 선점했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삼양식품이 받는 수혜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색조 브랜드 비디비치가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템’으로 떠오르며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도 지난달 이후 55.67% 뛰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디비치는 중국에서 색조화장품 인지도 5위에 오르는 등 브랜드 파워가 상승하고 있다”며 “연매출 3000억원 이상의 메가브랜드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행이 빠르게 변하고, 경쟁이 치열한 소비재 시장 특성상 히트상품이 반짝 인기에 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나가사끼짬뽕(삼양식품), 짜왕(농심) 등 해당 제품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주가와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선 경우도 많았다”며 “제품의 경쟁력, 경쟁 제품이 출시되는 시점 등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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